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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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정규직이 아닌, 본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40일 넘게 파업해온 한국잡월드 사태가 일단락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가 지난달 30일 자회사 전환을 받아들이되 추후 협상을 이어갈 논의기구를 설치하는 안에 합의하면서다. 이날 합의를 놓고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의 승리’라는 평가도 있지만 갈등은 그대로 둔 채 말 그대로 ‘봉합’에 그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어린이·청소년 직업체험관을 운영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잡월드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달 30일 밤샘교섭 끝에 자회사 편입을 거부해온 민주노총 조합원 138명을 자회사 한국잡월드파트너즈에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일단 자회사로 편입한 뒤 2020년까지 직접고용 등을 논의할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합의 몇 시간 후 민주노총은 홈페이지에 활짝 웃는 조합원 사진과 함께 ‘승전보’를 전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날 합의안은 조합원들의 단식투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8일 사측이 제안한 내용과 거의 같다는 게 협상에 참여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민주노총이 43일간의 파업, 점거농성, 열흘간의 단식투쟁으로 얻어낸 것이 없다는 얘기다. 잡월드는 민주노총의 직접고용 요구를 뿌리치고 원안대로 자회사 전환을 고수했다. 정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한국잡월드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고 투쟁력을 집중해왔다”며 “민주노총으로서는 합의 결과를 그렇게 (이긴 것처럼) 홍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잡월드 측이 민주노총 주장대로 직접고용을 논의할 추가 협상기구를 구성하기로 한 만큼 조합원들은 향후 직접고용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2년여의 시간은 조합원에게 ‘희망고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로서는 민주노총 효과로 잡월드가 정규직 전환 정책의 바로미터가 된 상태에서 직접고용 결정을 내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잡월드 사태는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노노(勞勞)갈등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자회사 전환도 공개채용으로 해야 한다는 정규직과 민주노총 조합원 간, 선제적으로 자회사 전환을 받아들인 비(非)민주노총 직원과 민주노총 조합원 간 갈등이다. 앞서 잡월드 정규직 노조는 “민주노총 조합원 자회사 채용은 채용비리”라며 노경란 이사장 퇴진 운동을 예고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