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의 기적 '공유주방'…배달 음식점 창업비용 1억원→월 1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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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에 도입된 '공유경제'
배달전문 공유주방 '심플키친', 역삼동 지점에 9개 업체 입점
월 이용료만 내고 주방·창고 사용…두달 만에 매출 400% 성장
"이용료에 배달 수수료까지 포함…음식 조리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배달 앱 시장이 키운 '공유주방'
국내 배달 앱 시장 4조원 규모…연 30% 이상 고속 성장
우버 맛집배달 서비스 '우버이츠', "조만간 서울서 공유주방 사업"
배달전문 공유주방 '심플키친', 역삼동 지점에 9개 업체 입점
월 이용료만 내고 주방·창고 사용…두달 만에 매출 400% 성장
"이용료에 배달 수수료까지 포함…음식 조리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배달 앱 시장이 키운 '공유주방'
국내 배달 앱 시장 4조원 규모…연 30% 이상 고속 성장
우버 맛집배달 서비스 '우버이츠', "조만간 서울서 공유주방 사업"
서울 역삼동 1층 건물에 33㎡(약 10평) 남짓한 분식집을 내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까. 임차료와 권리금을 빼고도 보증금 약 2500만원, 인테리어와 주방설비 2500만원 등 초기 투자비용만 최소 5000만원 정도. 여기에 임차료, 관리비, 보험과 위생관리 서비스, 배달대행 수수료, 식자재 구매비까지 합치면 최소 1억원의 여유자금이 필요하다. 하와이안 샐러드 전문점 ‘서울포케’는 몇 달 전 이 지역에서 5분의 1 비용으로 창업했다. 국내 최초의 배달 음식점들을 위한 공유주방 ‘심플키친’을 통해서다.
공유주방이 외식 창업시장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공유주방은 한 공간을 나눠 13㎡(약 4평)짜리 주방 10여 개를 설치한 뒤 월 고정 이용료만 받고 빌려주는 시스템이다. 배달 음식점이어서 굳이 비싼 임차료를 내고 목 좋은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 1~2인 가구나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 인근이면 된다. 음식 배달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공유주방이 ‘자영업자의 무덤’이라 불려온 대한민국 외식업의 판을 뒤집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식재료 공동 구매·창업 정보 공유
지난 23일 찾아간 역삼동 심플키친은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오후 2시에도 주방마다 분주했다. 한적한 골목 건물 지하 1층에 지난 5월 문을 연 심플키친에는 서울포케, 역삼동 마약김밥, 하루정찬, 베이징쿡, 랩스, 타이투고 등 9개 배달 전문 음식점이 들어와 있었다.
입주 업체들은 개별 주방 공간, 공용창고, 휴게 공간을 모두 포함해 월 이용료 160만원을 낸다. 보증금은 900만원. 주방설비도 모두 갖춰져 있어 칼 도마 냄비 같은 요리기구 그리고 요리할 사람만 있으면 된다. 따로 창업 시 초기비용이 1억원 들어간다면 이 비용이 1060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김태형 서울포케 대표는 “창업비용 절감 외에도 복잡한 부동산 계약 등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월 관리비나 배달대행 수수료도 이용료에 다 포함돼 있다”며 “음식 조리에만 집중할 수 있고, 신선한 식재료를 다른 업체들과 함께 주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외식업, 공유주방선 실패도 OK”
공유주방의 핵심은 창업 실패의 충격을 줄여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음식점 수는 세계 1위, 미국의 7배다. 연간 새로 생기는 음식점은 18만 개. 음식점업의 폐업률은 20%대를 웃돈다. 다른 산업 평균이 10%대인 것과 대비된다. 음식점 창업의 성공확률이 낮은 이유는 초기 투자 비용 대비 경쟁이 치열해서다. 높은 권리금과 임차료를 내고 최소 1500만원 안팎을 들여 주방설비 등을 갖추고 시작하기 때문에 한 번 실패하면 업종을 바꿔 재기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내 외식산업은 기형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부족한 조리기술, 식자재 조달 능력을 프랜차이즈 본사가 보조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임차료 등이 계속 오르면서 가맹점주의 허리가 휘고 있다.
심플키친은 역삼동 1호점의 입주 매장 매출이 두 달 만에 400% 이상 늘었다.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은 매장마다 자율적으로 정한다. 심플키친은 서울 강남 2호점과 화곡점, 송파점 등을 새로 열기로 했다.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는 “고정비용을 줄여 창업자들의 초기 리스크를 줄여줄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입주 업체들이 앞으로 B2B(기업 간 거래)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키친 등 공유주방 속속 등장
공유주방의 성장 배경에는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이 있다. 국내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12조원. 전체 음식업 시장(83조8000억원)의 14.3%를 차지한다. 미국과 중국(45조원)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1인당으로 환산하면 세계 1위다. 성장률도 가파르다. 전체 외식 시장은 매년 7% 성장하는 반면 배달 시장은 연 30%씩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음식 배달 시장 규모가 약 20조원으로, 그중 4조원의 매출이 배달 앱으로 창출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심플키친과 같은 형태의 배달 전문 공유주방으로는 ‘배민키친’이 있다. 배민키친을 활용하는 사업자들은 각 지역의 배민키친에 셰프와 스태프를 파견한다. 임차료를 부담해 체인점을 내지 않고도 그 지역의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방식이다. 우버의 맛집배달 서비스 ‘우버이츠(Uber Eats)’의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도 최근 ‘클라우드 키친’ 사업설명회를 열고 “조만간 서울에서 부동산 수십 개를 사들여 공유주방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공간에 여러 업체가 모이면서 뜻밖의 시너지도 생기고 있다. 길에서 창업했다면 경쟁해야 했을 이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식재료를 함께 연구하는 ‘상생’ 관계가 된 것. 임 대표는 “본사가 매출과 인기 메뉴 등 빅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입점 업체에 최신 트렌드를 알려주고 개선점을 찾고 있다”며 “닭요리로 시작했다가 한 달 만에 김밥으로 메뉴를 바꿔 매출이 급증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공유주방이 외식 창업시장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공유주방은 한 공간을 나눠 13㎡(약 4평)짜리 주방 10여 개를 설치한 뒤 월 고정 이용료만 받고 빌려주는 시스템이다. 배달 음식점이어서 굳이 비싼 임차료를 내고 목 좋은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 1~2인 가구나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 인근이면 된다. 음식 배달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공유주방이 ‘자영업자의 무덤’이라 불려온 대한민국 외식업의 판을 뒤집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식재료 공동 구매·창업 정보 공유
지난 23일 찾아간 역삼동 심플키친은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오후 2시에도 주방마다 분주했다. 한적한 골목 건물 지하 1층에 지난 5월 문을 연 심플키친에는 서울포케, 역삼동 마약김밥, 하루정찬, 베이징쿡, 랩스, 타이투고 등 9개 배달 전문 음식점이 들어와 있었다.
입주 업체들은 개별 주방 공간, 공용창고, 휴게 공간을 모두 포함해 월 이용료 160만원을 낸다. 보증금은 900만원. 주방설비도 모두 갖춰져 있어 칼 도마 냄비 같은 요리기구 그리고 요리할 사람만 있으면 된다. 따로 창업 시 초기비용이 1억원 들어간다면 이 비용이 1060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김태형 서울포케 대표는 “창업비용 절감 외에도 복잡한 부동산 계약 등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월 관리비나 배달대행 수수료도 이용료에 다 포함돼 있다”며 “음식 조리에만 집중할 수 있고, 신선한 식재료를 다른 업체들과 함께 주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외식업, 공유주방선 실패도 OK”
공유주방의 핵심은 창업 실패의 충격을 줄여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음식점 수는 세계 1위, 미국의 7배다. 연간 새로 생기는 음식점은 18만 개. 음식점업의 폐업률은 20%대를 웃돈다. 다른 산업 평균이 10%대인 것과 대비된다. 음식점 창업의 성공확률이 낮은 이유는 초기 투자 비용 대비 경쟁이 치열해서다. 높은 권리금과 임차료를 내고 최소 1500만원 안팎을 들여 주방설비 등을 갖추고 시작하기 때문에 한 번 실패하면 업종을 바꿔 재기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내 외식산업은 기형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부족한 조리기술, 식자재 조달 능력을 프랜차이즈 본사가 보조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임차료 등이 계속 오르면서 가맹점주의 허리가 휘고 있다.
심플키친은 역삼동 1호점의 입주 매장 매출이 두 달 만에 400% 이상 늘었다.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은 매장마다 자율적으로 정한다. 심플키친은 서울 강남 2호점과 화곡점, 송파점 등을 새로 열기로 했다.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는 “고정비용을 줄여 창업자들의 초기 리스크를 줄여줄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입주 업체들이 앞으로 B2B(기업 간 거래)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키친 등 공유주방 속속 등장
공유주방의 성장 배경에는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이 있다. 국내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12조원. 전체 음식업 시장(83조8000억원)의 14.3%를 차지한다. 미국과 중국(45조원)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1인당으로 환산하면 세계 1위다. 성장률도 가파르다. 전체 외식 시장은 매년 7% 성장하는 반면 배달 시장은 연 30%씩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음식 배달 시장 규모가 약 20조원으로, 그중 4조원의 매출이 배달 앱으로 창출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심플키친과 같은 형태의 배달 전문 공유주방으로는 ‘배민키친’이 있다. 배민키친을 활용하는 사업자들은 각 지역의 배민키친에 셰프와 스태프를 파견한다. 임차료를 부담해 체인점을 내지 않고도 그 지역의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방식이다. 우버의 맛집배달 서비스 ‘우버이츠(Uber Eats)’의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도 최근 ‘클라우드 키친’ 사업설명회를 열고 “조만간 서울에서 부동산 수십 개를 사들여 공유주방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공간에 여러 업체가 모이면서 뜻밖의 시너지도 생기고 있다. 길에서 창업했다면 경쟁해야 했을 이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식재료를 함께 연구하는 ‘상생’ 관계가 된 것. 임 대표는 “본사가 매출과 인기 메뉴 등 빅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입점 업체에 최신 트렌드를 알려주고 개선점을 찾고 있다”며 “닭요리로 시작했다가 한 달 만에 김밥으로 메뉴를 바꿔 매출이 급증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