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땐 투기자본이 30대 기업 중 19곳 감사위원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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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에 떠는 기업들
한경·한경연, 주요 기업 시뮬레이션 해보니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땐 대주주 의결권 최대 69%P 줄어
SK하이닉스·현대차·포스코 등 외국 자본이 감사위원 전원 장악
집중투표제 함께 시행되면 삼성SDI 등 이사회 과반 차지
LG·GS 등 지주사들도 위협
다중대표소송·전자투표제도
소송남발 등 기업공격 악용 우려
한경·한경연, 주요 기업 시뮬레이션 해보니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땐 대주주 의결권 최대 69%P 줄어
SK하이닉스·현대차·포스코 등 외국 자본이 감사위원 전원 장악
집중투표제 함께 시행되면 삼성SDI 등 이사회 과반 차지
LG·GS 등 지주사들도 위협
다중대표소송·전자투표제도
소송남발 등 기업공격 악용 우려
여당과 정부는 대주주의 경영권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이끄는 지배구조를 바꿔야 정경유착 관행을 없애고 소액주주도 보호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하지만 경제계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집중투표제를 뼈대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상당수 국내 간판 기업들의 이사회가 외국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기업 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연구원이 27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10월 말 기준)의 이사회 현황 및 지분율(작년 말 기준)을 종합 분석한 결과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면 외국계 투기자본이 연합해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19개 기업의 감사위원을 모두 뽑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지분율 3% 초과) 등이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선출하는 단계부터 3%로 의결권이 제한돼 실제 지분보다 의결권이 3.07~68.90%포인트가량 줄어들었다. 지분 쪼개기(3% 이하)를 통해 의결권 제한 규정을 피할 수 있는 외국 투기자본은 서로 연합해 원하는 사람을 감사위원으로 앉힐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위원은 기업당 3~5명 정도 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는 현대모비스(지분 20.80%)와 정몽구 회장(5.17%),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2.28%), 국민연금(8.12%) 등 국내 투자기관 등이 총 36.37%의 지분을 들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적용되면 이들의 의결권은 총 11.28%로 떨어진다. 현대모비스와 정 회장, 국민연금 등의 의결권이 각각 3%로 제한돼서다. 지분이 분산된 외국 투자회사 연합의 지분은 12.09%에서 11.36%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계 관계자는 “3% 이하의 지분을 든 외국 헤지펀드 네 곳이 손을 잡으면 현대차 이사회 멤버 9명 중 감사위원 4명의 자리를 모두 꿰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정주 한경연 기업혁신팀장은 “외국인 개인 주주를 뺀 0.01% 이상의 의결권을 쥔 외국인 투자회사들의 지분 합계를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라며 “일부 개인 주주까지 헤지펀드와 손잡으면 감사위원 자리를 내주는 기업 수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주사 경영권 방어도 취약해져
감사위원 분리선출뿐만이 아니다. 집중투표제가 함께 도입되면 30대 기업 중 포스코와 KT&G 등 6곳에서 외국 투기자본이 힘을 모아 원하는 사람을 무조건 한 명(감사위원이 아닌 사내외이사) 이상 뽑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 투기자본 지분율이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최소 비율(1/총 선임이사 수-감사위원 수+1)을 넘어서면 ‘몰아주기’ 투표를 통해 한 명 이상을 원하는 사람으로 앉힐 수 있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포스코의 이사 수는 12명(감사위원인 이사는 3명)이다. 9명의 일반 사내외이사를 뽑을 때 외국인 투기자본이 힘을 모아 표를 몰아줄 경우 최소 한 명의 이사를 뽑을 수 있는 지분율은 10%다. 포스코의 외국인 투자회사 지분 합계는 12.72%에 달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 한 명을 이사회에 어렵지 않게 앉힐 수 있다는 얘기다.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가 함께 도입되면 외국 투기자본이 감사위원 자리를 싹쓸이하고 일반 사내외이사를 한 명 선출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길이 열릴 것으로 파악됐다. 시가총액 기준 30대 기업 가운데 네이버와 셀트리온, KB금융지주,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KT&G, 삼성SDI 등 7곳의 기업 이사진 절반 이상이 투기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SK LG GS 등 지주사들도 큰 위협을 받을 것으로 관측됐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면 지주사에 집중된 대주주 지분 의결권이 모두 3%로 제한되고, 집중투표제를 이용한 공격에도 취약할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에선 다중대표소송제도와 전자투표제도 기업 경영을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 남발 가능성이 크고 투기자본 등이 악의적인 루머로 기업을 공격할 때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연구원이 27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10월 말 기준)의 이사회 현황 및 지분율(작년 말 기준)을 종합 분석한 결과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면 외국계 투기자본이 연합해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19개 기업의 감사위원을 모두 뽑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지분율 3% 초과) 등이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선출하는 단계부터 3%로 의결권이 제한돼 실제 지분보다 의결권이 3.07~68.90%포인트가량 줄어들었다. 지분 쪼개기(3% 이하)를 통해 의결권 제한 규정을 피할 수 있는 외국 투기자본은 서로 연합해 원하는 사람을 감사위원으로 앉힐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위원은 기업당 3~5명 정도 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는 현대모비스(지분 20.80%)와 정몽구 회장(5.17%),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2.28%), 국민연금(8.12%) 등 국내 투자기관 등이 총 36.37%의 지분을 들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적용되면 이들의 의결권은 총 11.28%로 떨어진다. 현대모비스와 정 회장, 국민연금 등의 의결권이 각각 3%로 제한돼서다. 지분이 분산된 외국 투자회사 연합의 지분은 12.09%에서 11.36%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계 관계자는 “3% 이하의 지분을 든 외국 헤지펀드 네 곳이 손을 잡으면 현대차 이사회 멤버 9명 중 감사위원 4명의 자리를 모두 꿰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정주 한경연 기업혁신팀장은 “외국인 개인 주주를 뺀 0.01% 이상의 의결권을 쥔 외국인 투자회사들의 지분 합계를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라며 “일부 개인 주주까지 헤지펀드와 손잡으면 감사위원 자리를 내주는 기업 수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주사 경영권 방어도 취약해져
감사위원 분리선출뿐만이 아니다. 집중투표제가 함께 도입되면 30대 기업 중 포스코와 KT&G 등 6곳에서 외국 투기자본이 힘을 모아 원하는 사람을 무조건 한 명(감사위원이 아닌 사내외이사) 이상 뽑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 투기자본 지분율이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최소 비율(1/총 선임이사 수-감사위원 수+1)을 넘어서면 ‘몰아주기’ 투표를 통해 한 명 이상을 원하는 사람으로 앉힐 수 있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포스코의 이사 수는 12명(감사위원인 이사는 3명)이다. 9명의 일반 사내외이사를 뽑을 때 외국인 투기자본이 힘을 모아 표를 몰아줄 경우 최소 한 명의 이사를 뽑을 수 있는 지분율은 10%다. 포스코의 외국인 투자회사 지분 합계는 12.72%에 달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 한 명을 이사회에 어렵지 않게 앉힐 수 있다는 얘기다.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가 함께 도입되면 외국 투기자본이 감사위원 자리를 싹쓸이하고 일반 사내외이사를 한 명 선출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길이 열릴 것으로 파악됐다. 시가총액 기준 30대 기업 가운데 네이버와 셀트리온, KB금융지주,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KT&G, 삼성SDI 등 7곳의 기업 이사진 절반 이상이 투기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SK LG GS 등 지주사들도 큰 위협을 받을 것으로 관측됐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면 지주사에 집중된 대주주 지분 의결권이 모두 3%로 제한되고, 집중투표제를 이용한 공격에도 취약할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에선 다중대표소송제도와 전자투표제도 기업 경영을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 남발 가능성이 크고 투기자본 등이 악의적인 루머로 기업을 공격할 때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