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도 극소수다. 한국(현행 상법)을 비롯해 미국 일본 필리핀 대만 이탈리아 중국 등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지만, 이들 나라는 모두 기업이 채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한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가 다시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전환했다. 미국은 1940년대만 해도 22개 주가 집중투표제를 강제했지만, 기업사냥꾼들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잇따르자 17개 주가 의무화 규정을 폐지했다. 애리조나와 네브래스카 등 5개 주는 아직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 주에는 대형 기업이 없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일본도 과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가 1974년부터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러시아와 멕시코, 칠레 등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들도 한국에는 없는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