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슈퍼 스타로는 ‘살아 있는 전설’ 박세리(41)와 ‘파이널 퀸’ 신지애(30)가 꼽힌다. 박세리는 아마추어 시절인 1995년 4승, 프로가 된 1996년 4승을 거뒀다. 한 시즌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신지애(9승)보다 적지만 각각 7개 대회(1995년), 11개 대회(1996년)에 출전해 수확한 ‘고농도 성적’이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나갔다 하면 2~3개 대회 중 한 번은 우승컵을 들어올린 셈이다. 지난 25일 일본투어(JLPGA)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메이저 3승’ 기록을 작성한 신지애 역시 2007년 18개 대회에 출전해 9번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승률이 딱 50%다. 2000년 20개 대회에 출전해 9번 우승한 ‘돌아온 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가 45%다.

절대강자 없는 춘추전국 KLPGA

박세리와 신지애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건너간 이후 국내 투어는 글로벌 강자들을 끊임없이 배출하는 ‘화수분’으로 컸다. 특히 박성현은 미국 무대 진출 직전인 2016년 7승을 올려 신지애의 전설에 가장 가까이 간 선수가 됐다. 하지만 이후 국내 투어를 지배하는 절대 강자 계보가 엷어지는 분위기다. 한 시즌 최다승이 3승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25일 오렌지라이프박인비인비테이셔널로 올 시즌을 마감한 KLPGA 2018시즌 다승왕은 이소영(22)이다. 2승이 다섯 명(장하나 오지현 최혜진 배선우 이정은)이다. 반면 챔피언 숫자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김효주(23)가 5승을 올린 2014년만 해도 14명의 챔피언이 배출됐다. 하지만 올해는 21명이 그린퀸에 올랐다.

이정은
이정은
올해 가장 큰 기대를 모은 선수는 ‘핫식스’ 이정은(22)과 ‘슈퍼루키’ 최혜진(19)이다. 특히 이정은은 지난해 최다승(4승)과 상금왕, 대상, 최저타수상, 인기상 등 전관왕에 오르며 절대강자의 계보를 잇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는 2승으로 상금왕에 올랐다. ‘아마추어 괴물’로 불리며 지난해 프로 투어에서 2승을 올린 최혜진도 루키 해인 올 시즌 대상을 확정했지만 2승에 그쳤다. 개인능력 주요 부문을 두 선수가 사이좋게 나눠 갖는 모양새다.

이정은의 밋밋한 성적은 7차례(퀄리파잉스쿨 포함)에 달하는 잦은 해외 대회 출전 피로가 누적된 영향이 크다. 하지만 박성현은 투어 진출 직전인 2016년 시즌 미국 투어에 6차례(국내 개최 KEB하나은행챔피언십 제외) 출전하고도 국내 투어에서 7승을 쓸어담았다. 전인지(24) 역시 2015년 LPGA투어 7개 대회(해외)에 출전하고 국내 투어에서 5승을 거뒀다.

그래도 이정은?

‘KLPGA 최강=LPGA 챔피언급’이란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대회 코스가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평균타수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10년 전인 2008년 KLPGA투어 평균타수 ‘톱10’에 들기 위해선 72타대를 쳐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70타대 안에 들어와야 한다. 2타가 준 것이다.

특히 2019년 미국 투어 시드를 확보하고 진출 여부를 저울질 중인 이정은은 ‘LPGA급’ 절대강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60타대 기록에 KLPGA투어 최초로 2년 연속 진입했다. 평균타수 60타대는 2006년 신지애가 국내 투어 사상 처음 기록(69.72타)한 이후 2015년 박성현(69.64타)이 9년 만에 두 번째로 진입했다. 이정은은 지난해(69.80타)에 이어 올해(69.87타)도 이 타수를 유지했다. 2018시즌을 마감한 LPGA투어에서도 60타대 타수는 올해 전관왕에 오른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이민지(호주), 고진영(23), 브룩 헨더슨(캐나다) 등 4명에 불과하다. 한 골프마케팅업체 대표는 이정은에 대해 “체력을 좀 더 강화하고 서포팅 조직이 뒷받침된다면 LPGA에서 2승 이상의 멀티챔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KLPGA투어는 27일 2018시즌 대상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2019년 시즌은 다음달 7일 베트남 호찌민의 트윈도브스베트남 골프장에서 효성챔피언십으로 막을 올린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