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이 진짜 에어팟일까? 정답. 왼쪽이 중국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이팟. 오른쪽이 애플의 에어팟이다. 사진=애플 공식 홈페이지 및 타오바오 등
어느 것이 진짜 에어팟일까? 정답. 왼쪽이 중국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이팟. 오른쪽이 애플의 에어팟이다. 사진=애플 공식 홈페이지 및 타오바오 등
"차이팟도 괜찮다고 해서 샀는데…그냥 에어팟 살껄 그랬어요.(웃음)"

최근 대학생 A 씨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차이팟(차이나+에어팟)'을 구매했다. 가격은 162위안(약 2만6000원). 애플 에어팟 가격 21만9000의 12%에 불과하다. A 씨는 "크기가 커 귀에 잘 안들어가고 이어폰 한쪽이 들렸다 안 들렸다 한다"며 "모양도 기능도 비슷하고 가격까지 저렴해서 샀는데 후회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여전히 모조품(山寨·산자이)판매가 판을 치고 있다. 대부분 기존 제품의 외관이나 기능 등을 베낀 것으로 가격을 대폭 낮춰 팔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3일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애플, 다이슨, 레고, 나이키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모조품 판매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가전제품, 완구·학용품, 의류·패션 잡화 등 카테고리별로 광범위하게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현재 타오바오에서 판매하고 있는 애플의 모조품 이른바 '차이팟'은 여러 제조사에서 제작해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대는 20위안대(약 3300원) 초저가부터 160위안까지 다양했다. 외관은 애플의 '에어팟'과 흡사하다. 언뜻 보면 구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기능 역시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사용시 조작 방법이 미세하게 다른 것을 제외하면 두 제품 모두 충전해 두면 무선으로 음악을 듣거나 통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품질면에서는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소비자는 "에어팟과 달리 케이스 충전기능이 지원되지 않고 통화음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싼맛에 샀는데 그냥 이틀 쓰고 버렸다"고 전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차이팟 외에도 영국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다이슨' 모방해 만든 '차이슨(차이나+다이슨) 청소기', '차이슨 헤어드라이기', '차이슨 공기청정기' 등이 오리지널 제품 가격의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차이슨' 시리즈는 뛰어난 가성비로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과 직구 채널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성능과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차이슨 청소기를 구매한 한 소비자는 "처음에는 완충 후 15분을 쓸 수 있었지만 지금은 5분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며 "배터리가 금방 닳아 쓰면 쓸수록 만족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도 "싼 게 비지떡"이라며 "드라이기 옆 버튼에 있어야 할 문구가 없는 데다 제품 설명서에 나온 것과 다른 부분이 있어 당황했다"고 고백했다.

중국산 저가 모조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지재권 침해물품 총 7263건(83t) 가운데 95%가 중국산이었다. 수년간 중국과 홍콩의 지재권 침해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재권을 침해한 저가 모조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정품과 혼돈할 수 있고, 성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해외 직구 상품의 경우 국내 해외직구 상품의 국내 사후서비스(AS)가 어려워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처벌을 약속하는 등 지재권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상무부는 해외 기업의 지재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 비밀 유출, 상표권 침해, 지재권 위반 상품 수출, 사용처가 제한된 기술의 무단 전용 등 11개 항목의 지재권 침해 사례를 강도 높게 조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글로벌 완구기업 레고와 한국의 아모레퍼시픽 등이 중국 모조품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벌인 지재권·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알리바바와 징둥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짝퉁 판매 규칙을 운영하고 위조품 근절을 위해 블록체인 등 신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단속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출시 이후 한두 달이면 금방 모조품을 만들어낸다"며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되기 때문에 발견하기 어렵고 단속하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처음에는 단순모방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전체 산업에 기여하는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아 정부 차원에서 꼼꼼하게 단속하지 않는 것 같다"며 "갈수록 모조품이 정교해지고 있어 단속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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