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 프랑스령 레위니옹서 생활고 불만 폭발…30년만에 가장 격렬한 시위
佛 '노란 조끼 시위' 해외영토로 번져…야간 통금까지
프랑스 정부의 고유가 정책에 반발해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온 이른바 '노란 조끼 운동'이 프랑스의 해외영토에까지 번졌다.

22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 등에 따르면 인도양의 프랑스령 레위니옹에서는 주도(州道) 생드니를 비롯한 곳곳에서 닷새 전부터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거리로 몰려나온 시민들은 기름값 등 물가 상승으로 인한 구매력 저하와 본국보다 열악한 경제 상황 등으로 가중된 불만을 분출하고 있다.

일부 시위대가 식료품점과 주유소 등을 약탈하자 많은 상점이 영업을 중단했고 학교들도 폐쇄됐다.

레위니옹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로 지금까지 30여 명의 경찰관이 다쳤다.

프랑스 정부는 상황이 심상치 않자 급기야는 레위니옹에 23일까지 야간 통금령을 발동하고 경찰력을 긴급 증파하기로 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레위니옹에서 이처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것은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프랑스는 격렬한 시위에 놀라 부랴부랴 레위니옹에 향후 3년간 탄소세를 동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레위니옹, 과들루프, 기아나 등 프랑스의 해외영토들은 본토보다 열악한 경제 상황과 복지, 불평등 심화로 본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가중돼왔다.

레위니옹의 격렬한 시위는 프랑스 본토의 노란 조끼 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일어났다.

프랑스인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친환경 경제 전환과 지구온난화 방지 목적으로 유류세 등 탄소세를 계속 인상하자 일주일 전부터 형광 노란 조끼를 입고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일부 노란 조끼 시위대가 현장에서 생중계하는 방송기자들을 폭행해 언론인 단체가 성명을 낸 데 이어, 자동차기업 푸조시트로엥(PSA)의 한 지방 공장은 노란 조끼 시위대의 도로점거 집회로 부품조달에 차질이 빚어지자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자발적으로 조직된 노란 조끼 시위대는 오는 24일에도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운전자를 위협하는 등 평화를 깨뜨리는 시위대에 대해 엄정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佛 '노란 조끼 시위' 해외영토로 번져…야간 통금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