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위한 소셜 P2P금융 ‘크레파스’, “빅데이터로 대출 적격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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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크레파스 대표 인터뷰
"신용평가제가 대출장벽, IT기술로 보완 필요해"
"신용평가제가 대출장벽, IT기술로 보완 필요해"
“금융회사를 거의 찾지 않는 청년에게 100만원을 선뜻 대출해줄 은행이 있을까요? 저희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한 대안 평가제로 청년들의 지렛대가 되려 합니다.”
김민정 크레파스 대표는 지난주 여의도 크레파스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크레파스는 청년들을 위한 P2P(개인 간 거래) 저금리 대출 사업을 하는 사회적 벤처기업이다. 김 대표는 “기존 신용평가제도만으로는 청년들의 미래 가치나 성실함을 측정하지 못했다”며 “빅데이터에 기반한 대안평가제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레파스의 사업모델은 다른 P2P 금융 업체들과 비슷하다. 돈을 빌리고 싶은 사람들과 빌려주겠다는 투자자들을 중개해준다. 대출금리가 일반 P2P 업체들(연간 9~11%)보다 훨씬 낮은 연간 5.5% 수준인 점이 특징이다. 금융 거래 기록이 부족해 제1금융권에서 대출 심사를 거절당하는 20대 청년들이 주요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금융기업들은 신용평가 또는 담보를 기준으로 대출을 승인한다. 그러나 금융 거래 기록이 부족한 청년들은 평가받을 기준이 없어 대출을 거절당하기 쉽다. 급전이 필요한 일부 청년들이 20% 이상의 고금리를 요구하는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까지 손을 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크레파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빅데이터 전문 기업인 렌도와 함께 대안평가제도를 개발하고 있다. 렌도는 2014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올해의 혁신적인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 모델로 20개국에서 250만 건이 넘는 신용 심사를 집행한 바 있다. 렌도와 크레파스가 개발 중인 신용평가모델은 사용자의 행동을 기반으로 한다. 대출 신청자의 △휴대전화 사용 정보 △이메일 활용 데이터 △통신기록 △인성검사 결과표 등 비전통적 데이터를 수집해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 알고리즘으로 신용도를 평가한다. 기존 신용평가제도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성실함’을 데이터로 정밀히 판단해낼 수 있다.
김 대표는 “렌도의 대안평가제를 국내 한 카드사에 시험 적용한 결과 신용등급 5-6등급에 해당하는 사람들 중 우수 성향 사용자 5000여 명에게 추가 대출 승인이 났다”며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성실한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햇살론이나 전환대출 보증지원제도와 같은 정부의 금융지원들이 이미 존재한다. 사회적 벤처기업이 청년들을 지원하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 김 대표는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대출한도가 충분하지 않은 청년들에겐 또 다른 손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크레파스는 햇살론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민간과 정부의 중간 역할로 보면 된다”며 “자선사업가나 투자자들이 수익도 내면서 사회에 기여도 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신용평가제도 분야에서 알아주는 전문가다. 그가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FKBCG는 지난 18년간 은행, 카드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보험사, 저축은행, 신용평가회사 등 다양한 금융업체들의 신용대출기준(CSS) 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해왔다. 김 대표는 대안평가제를 통해 보수적인 은행권의 대출 심사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제도가 막 정착될 때는 이 제도가 금융의 사다리 역할을 하길 바랐습니다. 저신용자가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하더라도 착실히 갚아나가면 신용등급이 오를 수 있으니까요. 현실은 반대였어요. 정부의 재무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자 은행들이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다는 사실만으로 대출을 거절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신용등급이 처음부터 낮은 사람은 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죠. 이런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평가제도가 확산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2016년 크레파스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크레파스의 대안평가제도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관계 기관들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일 ‘청년자립’을 주제로 열린 SIT(Social Innovators Table) 행사에서 우수사례로 꼽혔다. SIT는 사회적 벤처기업들이 모여 분야별 모범적 사례가 될 사례 및 과정을 공유하는 행사다. 금융감독원이 아시아개발은행(ADB) 관계자들과 연 세미나에서도 핀테크 우수 기업으로 참가했다. 김 대표는 “대안평가제는 금융 시스템이 부족한 개발도상국들이 주목하고 있어 해외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크레파스는 내년 펀드를 조성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자선사업을 하는 개인 사업가나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우선 확보한다는 목표다. 국내 통신사, 카드사 등과 협력하는 대안평가제 사업도 지속한다.
김 대표는 “신용평가제 정착에 10년이란 시간이 걸린 만큼 대안평가제 정착도 긴 호흡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크레파스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김민정 크레파스 대표는 지난주 여의도 크레파스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크레파스는 청년들을 위한 P2P(개인 간 거래) 저금리 대출 사업을 하는 사회적 벤처기업이다. 김 대표는 “기존 신용평가제도만으로는 청년들의 미래 가치나 성실함을 측정하지 못했다”며 “빅데이터에 기반한 대안평가제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레파스의 사업모델은 다른 P2P 금융 업체들과 비슷하다. 돈을 빌리고 싶은 사람들과 빌려주겠다는 투자자들을 중개해준다. 대출금리가 일반 P2P 업체들(연간 9~11%)보다 훨씬 낮은 연간 5.5% 수준인 점이 특징이다. 금융 거래 기록이 부족해 제1금융권에서 대출 심사를 거절당하는 20대 청년들이 주요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금융기업들은 신용평가 또는 담보를 기준으로 대출을 승인한다. 그러나 금융 거래 기록이 부족한 청년들은 평가받을 기준이 없어 대출을 거절당하기 쉽다. 급전이 필요한 일부 청년들이 20% 이상의 고금리를 요구하는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까지 손을 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크레파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빅데이터 전문 기업인 렌도와 함께 대안평가제도를 개발하고 있다. 렌도는 2014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올해의 혁신적인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 모델로 20개국에서 250만 건이 넘는 신용 심사를 집행한 바 있다. 렌도와 크레파스가 개발 중인 신용평가모델은 사용자의 행동을 기반으로 한다. 대출 신청자의 △휴대전화 사용 정보 △이메일 활용 데이터 △통신기록 △인성검사 결과표 등 비전통적 데이터를 수집해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 알고리즘으로 신용도를 평가한다. 기존 신용평가제도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성실함’을 데이터로 정밀히 판단해낼 수 있다.
김 대표는 “렌도의 대안평가제를 국내 한 카드사에 시험 적용한 결과 신용등급 5-6등급에 해당하는 사람들 중 우수 성향 사용자 5000여 명에게 추가 대출 승인이 났다”며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성실한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햇살론이나 전환대출 보증지원제도와 같은 정부의 금융지원들이 이미 존재한다. 사회적 벤처기업이 청년들을 지원하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 김 대표는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대출한도가 충분하지 않은 청년들에겐 또 다른 손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크레파스는 햇살론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민간과 정부의 중간 역할로 보면 된다”며 “자선사업가나 투자자들이 수익도 내면서 사회에 기여도 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신용평가제도 분야에서 알아주는 전문가다. 그가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FKBCG는 지난 18년간 은행, 카드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보험사, 저축은행, 신용평가회사 등 다양한 금융업체들의 신용대출기준(CSS) 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해왔다. 김 대표는 대안평가제를 통해 보수적인 은행권의 대출 심사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제도가 막 정착될 때는 이 제도가 금융의 사다리 역할을 하길 바랐습니다. 저신용자가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하더라도 착실히 갚아나가면 신용등급이 오를 수 있으니까요. 현실은 반대였어요. 정부의 재무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자 은행들이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다는 사실만으로 대출을 거절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신용등급이 처음부터 낮은 사람은 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죠. 이런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평가제도가 확산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2016년 크레파스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크레파스의 대안평가제도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관계 기관들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일 ‘청년자립’을 주제로 열린 SIT(Social Innovators Table) 행사에서 우수사례로 꼽혔다. SIT는 사회적 벤처기업들이 모여 분야별 모범적 사례가 될 사례 및 과정을 공유하는 행사다. 금융감독원이 아시아개발은행(ADB) 관계자들과 연 세미나에서도 핀테크 우수 기업으로 참가했다. 김 대표는 “대안평가제는 금융 시스템이 부족한 개발도상국들이 주목하고 있어 해외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크레파스는 내년 펀드를 조성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자선사업을 하는 개인 사업가나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우선 확보한다는 목표다. 국내 통신사, 카드사 등과 협력하는 대안평가제 사업도 지속한다.
김 대표는 “신용평가제 정착에 10년이란 시간이 걸린 만큼 대안평가제 정착도 긴 호흡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크레파스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