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사진)은 초유의 경제 위기에서 각 주체의 대응방식을 포착한다. 정부는 경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공개하지 않아 서민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다. 정부의 무능은 물론, IMF 구제금융 당시의 협상력도 비판한다. 20여 년 뒤 가계부채 폭탄으로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영화는 인물 묘사에서 균형감을 잃으며 완성도가 다소 떨어졌다. 재정국 차관을 ‘갑질대표’로, 한시현을 ‘정의의 사도’로 그린 게 대표적이다. 차관은 또 개인적인 편견과 친분을 앞세워 대기업 후계자와 밀착관계를 맺은 것으로 묘사했다. 당시 IMF 구제금융이 거의 유일한 출구였다는 점에서 차관도 진지한 고뇌 끝에 구제금융 신청을 결정한 것으로 그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