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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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을 '5년 이상' 유지해야만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분할연금제도가 '1년 이상'으로 완화되는 방안이 추진된다.

18일 보건복지부와 국회에 따르면 이런 방향으로 이른바 '분할연금' 제도를 바꾸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발의돼 본격 논의에 들어가면서 입법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분할연금이란 무엇인가?

분할연금은 혼인기간 동안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해 이혼 후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분해 주는 제도로서 현행법에는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자가 이혼 후 배우자였던 사람의 노령연금 수급권이 발생하고 본인이 60세가 돼야 하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그때부터 생존하는 기간 동안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느 국민연금 가입자가 30년 동안 보험료를 납입한 후 60세가 되어 총 100만 원의 노령연금을 수령하게 됐는데 가입 기간 중 10년간 혼인 관계를 지속하다 이혼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혼인 상태에 있었던 10년 동안 불입한 보험료로 인한 노령연금 수령액이 30만 원이라고 했을 때 그의 이혼한 배우자는 그 절반의 액수 즉 15만 원을 수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자유한국당) 의원은 18일 현행 분할연금 제도를 개선해 이혼 배우자의 권리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통계에서 결혼 후 4년 이내에 이혼하는 비율이 전체의 약 25%에 해당해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자에 대해서만 분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규정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흐름이 이혼과 재혼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혼인 기간이 5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5년 이상인 경우에만 분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이혼한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을 취득하기 전에 사망하거나 연금수령 최소 가입 기간 10년(120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장애를 입으면 분할연금을 청구하려고 해도 신청할 수 없어 노후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 분할연금 기준 완화…반대의 목소리도 들어보자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사례를 들어 살펴보자.

A씨는 30대 초반의 직장인이다. A씨의 어머니는 20여년 동안 작은 회사에서 근무했고 아버지는 덤프트럭 운전일을 했다. A씨의 부모님은 6~7년 전 이혼을 하게 됐는데 이유는 아버지의 과도한 빚과 불륜때문이었다. A씨의 가족은 아버지가 벌여놓은 일 때문에 늘 대출이자와 원금상환을 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A씨의 아버지는 불륜을 저지르게 됐고 온 가족은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기대까지 내려놓으면서 부모님은 이혼을 하게 됐다.

이후 A씨와 어머니는 아버지가 남긴 빚을 꾸준히 갚게 됐고 어머니는 국민연금을 수령할 나이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이 제도를 알게 됐고 분할연금을 신청하면서 당장 45만원 가량의 어머니 연금에서 16만원이 매달 아버지의 통장으로 빠져 나가게 되버렸다.

A씨는 어처구니가 없어 국민연금에 전화를 했지만 원하는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가족을 힘들게만 했던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지원이나 보호도 받지 못했는데 단지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분할연금 신청자격이 돼 A씨는 억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 "이혼은 새출발하기 위한 개인의 선택…분할연금 자체 반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B씨는 공무원으로 22년간 근무했다. 아내는 B씨가 공무원인 것을 알고 결혼했지만 늘 적은 급여에 불만이 많았고 아이들에게 돈이 많이 들어갈 때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을 많이 했다. 결국 결혼 후 15년이 됐을 때 관계가 너무 나빠져 아이들을 위해 이혼을 선택했다.

이후 몇 년간 B씨는 아이들 뒷바라지를 혼자 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때마침 B씨의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생겨 그 일을 계기로 B씨는 재결합하게 됐다. 다시 합치는 만큼 서로 많이 참고 살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다시 시작된 결혼 생활은 3년 만에 파경을 맞게 됐다. 아내가 B씨에 상처를 주는 말들을 계속 했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참고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전세금을 반씩 나누고 다시 이혼하게 됐고 그 무렵 B씨는 퇴직까지 하게 됐다. 모아 놓은 재산은 전세 보증금밖에 없었지만 공무원 연금이 있으니 인생 2막을 설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혼한 아내가 공무원 연금을 반씩 나누자는 연락을 취해 왔다. B씨는 이혼때문에 상처까지 입은 상태에서 전세 보증금도 반씩 나눴는데 공무원 연금까지 또 나누자고 하니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B씨는 아내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아내는 공무원연금공단에 연금분할을 청구했다. B씨는 연금을 나눌 수 밖에 없었다.

분할연금제도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이혼 배우자가 혼인 기간 경제적, 정신적으로 이바지한 점을 인정해 노후소득 보장을 확보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정신적으로 기여하지 못한 배우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위 사례처럼 오랜 시간 함께 한 부부라고 해도 다양한 속사정으로 인해 분할연금은 민감한 문제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혼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이혼 부부의 분할연금까지 인정하게 될 경우 한 쪽에게 너무 큰 부담을 장기적으로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이혼 관련 커뮤니티에서 "저는 분할연금 자체를 반대한다. 분할연금은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양육비도 주지않고 신용불량자인데 제가 그동안 돈을 벌어서 생계를 책임졌고 아이들을 양육했다. 그런데 왜 연금을 분할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법을 폐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혼은 정말 이사람과의 관계를 끝내고 새출발하기 위한 개인의 선택인데 왜 법에서 개인의 연금까지 분할하라고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국가에서 개인의 고통을 증가시키는 이 법을 당장 폐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와 같은 사연에서도 알 수 있듯 부부 사이에는 숫자와 지표로 표현되지 않는 다양한 속사정이 있다. 연금은 노후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가족에게 고통을 줬던 다른 배우자를 이혼 후에도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은 남은 가족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줄 수 있다. 거기에 분할연금 자격 을 '1년 이상'으로 완화할 경우에 대한 부작용도 더욱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분할연금 청구의 기준을 완화시키는 것은 경제적으로 자립할 준비가 안된 배우자를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취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들어보고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다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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