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힘들고 지친 현대인이라면 400년 전의 지혜 '셰익스피어를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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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가 해결하지 않은 도덕적 문제가 있는가?" (랄프 왈도 에머슨)
"하느님 다음으로 많은 인물을 창조한 사람이 바로 셰익스피어다" (제임스 조이스) 심리학책이 인기가 없던 적이 있는가. 우리는 늘 우리의 마음이 궁금하다. 마음은 내 속에 있는데도 도무지 알 수 없고, 친구나 연인의 마음은 바로 옆에 앉아서 내 눈을 보고 있는데도 그 속을 알 수 없다.
'저 인간은 왜 저러지…' 에 대한 고민과 탄식에서 우리는 꾸역 꾸역 심리학책을 뒤진다. 400년 전 쓰인 셰익스피어의 글에도 인간에 대한 깊은 고민과,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는 갖은 노력이 담겨있다.
인류는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우리 자신, 혹은 타인의 마음이라는 수수께끼를 풀고 싶어 하는 종족이다.
<셰익스피어를 읽자>(한기정 지음)는 인간의 감정을 12개의 키워드로 해서 인간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 놀랍게도,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모든 것을 이미 셰익스피어가 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셰익스피어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 올드 & 뉴, 지금 읽는 셰익스피어
교수들끼리 하는 농담이 있다고 한다. “무슨무슨 책, 읽었어요?”라고 물으면 “아니요. 읽기는커녕 아직 가르치지도 않았는걸요”라고 대답한다. 이것은 읽지 않고도 가르칠 수 있다는 고전에 대한 풍자다.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다 아는 것 같다. 읽지 않아도 내용을 다 알고, 주제가 무엇인지, 유명한 대사가 무언지도 다 안다. 고전은 정말 그렇게 소비되어도 좋은 걸까?
베스트셀러로 장안의 화제가 되던 책 제목도 1,2년만 지나면 잊혀지는데 400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끌어 올려지는 셰익스피어의 비밀은 무엇일까. 왜 오래되고 낡은 채 사라지지 않을까. <셰익스피어를 읽자>에 그 답이 있다. 셰익스피어는 결국 ‘인간’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대 벽화에서도 “요즘 젊은 것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그 기저에 공통의 무언가가 깔려있다. 배경이 베니스이거나 이탈리아이거나 그리스이거나, 100년 전이거나 400년 전이거나, 현대이거나, 그것이 인간의 실패와 성공, 우정과 배신, 사랑과 증오, 질투와 복수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 필요한 바로 그 이야기인 게 맞다. 오래 되었지만 낡지 않는 것, 인간과 인간의 삶, 그 삶을 채워나가는 우리의 감정들이다. 인간 감정을 해부하듯 그려낸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 것은 우리에게 언제라도 필요하다.
◆ 셰익스피어 덕후의 품격
<셰익스피어를 읽자>를 영문학 비전공자가 썼다는 사실은 놀랍다. 자칫 셰익스피어 애호가 한기정씨. 영문판 옥스포드판을 기본으로 현대적으로 번역해가며, 적재적소에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가져와 활용하는 모습은 오로지 ‘덕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글로벌 IT기업 출신으로 CEO(최고경영자)까지 역임한 데다 대학에선 경제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은 ‘셰익스피어’와 너무나도 매치가 안 되는 통에 의아하기까지 하다. 아니 그런 사람이 왜, 어쩌다 셰익스피어에 빠졌나?
셰익스피어는 대중적으로 모두에게 읽히는 작가이지만 아무래도 ‘인간관계’의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다루고 있다 보니 중간관리자, CEO 등에게 그야말로 ‘인간관계 바이블’이 된다. 3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한 저자가 셰익스피어에 빠진 건 우연이 아닌 거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특성과 캐릭터를 알아가고 ,인물의 동기와 심리를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셰익스피어는 “신비한 인간관계의 대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셰익스피어극의 정수만 가려뽑아 인간의 감정으로 분류하고 배치한 책이 <셰익스피어를 읽자>이다.
◆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보물창고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쓰고 싶은 말이 없으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온 도시 사람들이 그녀를 보러 나갔기에, 안토니우스는
홀로 광장을 왕좌처럼 차지하고 앉아서
허공에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네.
그 공기마저 클레오파트라를 보러 갈 판이니
자연에 그만큼 진공의 구멍이 생겼을 것이네.
공기마저 클레오파트라를 보러 가서 진공이 생겼다는 표현.
저기 아가씨가 오는구나. 오, 저리도 발걸음이 가벼우니
딱딱한 바닥돌이 영원히 닳지 않겠군.
연인은 여름 바람에 흔들리는 거미줄 위로 걸어도
떨어지지 않는다더니.
그토록 사랑의 기쁨은 가벼운 것이지.
사랑에 빠진 연인의 발걸음이 너무나 가벼워 바닥돌이 닳지 않을 거라는 표현. 이외에도 우리가 훔치고 싶은 표현이 곳곳에 가득하다. “셰익스피어는 하느님 다음으로 많은 인물을 창조했다”는 제임스 조이스의 말처럼 잠깐 등장하는 조연마저도 생생하게 살아서 우리에게 말을 거는 마법.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극에서 주연이었다가 조연이었다가 엑스트라가 되기도 하면서 그 다양한 인간군상과 인간관계를 통해 우리 삶을 비로소 바라본다. 글쓰는 이들이 훔치고 싶은 인물과 대사들이 흘러 넘치는 것은 당연하고, 그냥 회사에서 짜증나고 집에 와서 서로 바가지만 긁어대는 우리의 일상에 셰익스피어는 때로는 비극으로 때로는 희극으로 깨달음을 준다. “인간이란 그런 것 아닌가?” 하고.
인간이란 그렇다. 모든 면에서 능력이 있지만 질투에 눈이 멀어 바보천치가 되고, 가진 모든 것을 잃는 듯하지만 그 순간에 세상의 진실을 보게 된다. 시시껄렁한 농담만 지껄이는 것 같던 광대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현자가 되는 순간이 있고, 똑똑한 듯하나 갈팡질팡하다가 모든 걸 잃는다. 관건은 받아들이는 것, 셰익스피어가 보여주는 인간들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제대로 보고 또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셰익스피어 덕후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 <셰익스피어를 읽자>는 단순한 고전 가이드북 그 이상이다.
글 :임유진 엑스북스 기획실장
"하느님 다음으로 많은 인물을 창조한 사람이 바로 셰익스피어다" (제임스 조이스) 심리학책이 인기가 없던 적이 있는가. 우리는 늘 우리의 마음이 궁금하다. 마음은 내 속에 있는데도 도무지 알 수 없고, 친구나 연인의 마음은 바로 옆에 앉아서 내 눈을 보고 있는데도 그 속을 알 수 없다.
'저 인간은 왜 저러지…' 에 대한 고민과 탄식에서 우리는 꾸역 꾸역 심리학책을 뒤진다. 400년 전 쓰인 셰익스피어의 글에도 인간에 대한 깊은 고민과,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는 갖은 노력이 담겨있다.
인류는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우리 자신, 혹은 타인의 마음이라는 수수께끼를 풀고 싶어 하는 종족이다.
<셰익스피어를 읽자>(한기정 지음)는 인간의 감정을 12개의 키워드로 해서 인간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 놀랍게도,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모든 것을 이미 셰익스피어가 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셰익스피어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 올드 & 뉴, 지금 읽는 셰익스피어
교수들끼리 하는 농담이 있다고 한다. “무슨무슨 책, 읽었어요?”라고 물으면 “아니요. 읽기는커녕 아직 가르치지도 않았는걸요”라고 대답한다. 이것은 읽지 않고도 가르칠 수 있다는 고전에 대한 풍자다.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다 아는 것 같다. 읽지 않아도 내용을 다 알고, 주제가 무엇인지, 유명한 대사가 무언지도 다 안다. 고전은 정말 그렇게 소비되어도 좋은 걸까?
베스트셀러로 장안의 화제가 되던 책 제목도 1,2년만 지나면 잊혀지는데 400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끌어 올려지는 셰익스피어의 비밀은 무엇일까. 왜 오래되고 낡은 채 사라지지 않을까. <셰익스피어를 읽자>에 그 답이 있다. 셰익스피어는 결국 ‘인간’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대 벽화에서도 “요즘 젊은 것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그 기저에 공통의 무언가가 깔려있다. 배경이 베니스이거나 이탈리아이거나 그리스이거나, 100년 전이거나 400년 전이거나, 현대이거나, 그것이 인간의 실패와 성공, 우정과 배신, 사랑과 증오, 질투와 복수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 필요한 바로 그 이야기인 게 맞다. 오래 되었지만 낡지 않는 것, 인간과 인간의 삶, 그 삶을 채워나가는 우리의 감정들이다. 인간 감정을 해부하듯 그려낸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 것은 우리에게 언제라도 필요하다.
◆ 셰익스피어 덕후의 품격
<셰익스피어를 읽자>를 영문학 비전공자가 썼다는 사실은 놀랍다. 자칫 셰익스피어 애호가 한기정씨. 영문판 옥스포드판을 기본으로 현대적으로 번역해가며, 적재적소에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가져와 활용하는 모습은 오로지 ‘덕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글로벌 IT기업 출신으로 CEO(최고경영자)까지 역임한 데다 대학에선 경제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은 ‘셰익스피어’와 너무나도 매치가 안 되는 통에 의아하기까지 하다. 아니 그런 사람이 왜, 어쩌다 셰익스피어에 빠졌나?
셰익스피어는 대중적으로 모두에게 읽히는 작가이지만 아무래도 ‘인간관계’의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다루고 있다 보니 중간관리자, CEO 등에게 그야말로 ‘인간관계 바이블’이 된다. 3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한 저자가 셰익스피어에 빠진 건 우연이 아닌 거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특성과 캐릭터를 알아가고 ,인물의 동기와 심리를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셰익스피어는 “신비한 인간관계의 대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셰익스피어극의 정수만 가려뽑아 인간의 감정으로 분류하고 배치한 책이 <셰익스피어를 읽자>이다.
◆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보물창고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쓰고 싶은 말이 없으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온 도시 사람들이 그녀를 보러 나갔기에, 안토니우스는
홀로 광장을 왕좌처럼 차지하고 앉아서
허공에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네.
그 공기마저 클레오파트라를 보러 갈 판이니
자연에 그만큼 진공의 구멍이 생겼을 것이네.
공기마저 클레오파트라를 보러 가서 진공이 생겼다는 표현.
저기 아가씨가 오는구나. 오, 저리도 발걸음이 가벼우니
딱딱한 바닥돌이 영원히 닳지 않겠군.
연인은 여름 바람에 흔들리는 거미줄 위로 걸어도
떨어지지 않는다더니.
그토록 사랑의 기쁨은 가벼운 것이지.
사랑에 빠진 연인의 발걸음이 너무나 가벼워 바닥돌이 닳지 않을 거라는 표현. 이외에도 우리가 훔치고 싶은 표현이 곳곳에 가득하다. “셰익스피어는 하느님 다음으로 많은 인물을 창조했다”는 제임스 조이스의 말처럼 잠깐 등장하는 조연마저도 생생하게 살아서 우리에게 말을 거는 마법.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극에서 주연이었다가 조연이었다가 엑스트라가 되기도 하면서 그 다양한 인간군상과 인간관계를 통해 우리 삶을 비로소 바라본다. 글쓰는 이들이 훔치고 싶은 인물과 대사들이 흘러 넘치는 것은 당연하고, 그냥 회사에서 짜증나고 집에 와서 서로 바가지만 긁어대는 우리의 일상에 셰익스피어는 때로는 비극으로 때로는 희극으로 깨달음을 준다. “인간이란 그런 것 아닌가?” 하고.
인간이란 그렇다. 모든 면에서 능력이 있지만 질투에 눈이 멀어 바보천치가 되고, 가진 모든 것을 잃는 듯하지만 그 순간에 세상의 진실을 보게 된다. 시시껄렁한 농담만 지껄이는 것 같던 광대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현자가 되는 순간이 있고, 똑똑한 듯하나 갈팡질팡하다가 모든 걸 잃는다. 관건은 받아들이는 것, 셰익스피어가 보여주는 인간들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제대로 보고 또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셰익스피어 덕후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 <셰익스피어를 읽자>는 단순한 고전 가이드북 그 이상이다.
글 :임유진 엑스북스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