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나선다"…국내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 전망
국내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처음으로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행동주의에 나섰다. 최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사모펀드 개편 등으로 여건이 개선되고 있어, 국내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전날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9%를 취득해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가 만든 KCGI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 회사다. KCGI의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LK파트너스 대표를 지낸 강성부 대표다.

강 대표는 이날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상장사이고, 민감한 이슈라 투자자 보호, 공시 등의 이유로 (지분취득 목적 등은) 말하기 어렵다"며 "나중에 공식적으로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KCGI는 지분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업무 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관계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실상 '경영참여'에 나설뜻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KCGI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 상승을 꾀할 것으로 보고 있다.
"KCGI,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나선다"…국내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 전망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은 최대주주의 지분이 28.95%로 30% 미만에 불과해 행동주의 공격에 대한 가능성이 존재했던 기업"이라며 "조양호 17.84%, 조현아 2.31%, 조원태 2.30%, 조현민 2.30%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승계도 완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진칼의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는 국민연금 8.35%, 크레디트스위스 5.03% 등이 있다. 소액주주 지분은 58.38%다. KCGI는 지분 9% 매입으로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은 2대 주주가 됐다.

한진그룹은 올해 초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 이후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받아왔다. 국민연금이 경영관리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듯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행동주의에 나서려고 엿보던 운용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연구원은 "한진칼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 및 총수일가의 이슈 여파로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기업"이라며 "행동주의투자의 핵심인 사회적 지렛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 사례"라고 판단했다.

앞서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인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 맥쿼리인프라의 운용 보수 인하를 요구하며 주주행동주의에 나선 바 있다.

국내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점차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 되면서 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함께 사모펀드 개편방안으로 사모펀드들의 경영 참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상 사모펀드는 헤지펀드(전문투자형)와 PEF(경영참여형)으로 나뉘어 규제가 적용되는데, 개편방안에는 이원화된 운용규제 체계를 일원화 된다. 국내 PEF는 그 동안 10% 지분 규정으로 인해 대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PEF가 적극적으로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고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 연구원은 특히 국내 기업들의 취약한 지배구조의 개선이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사모펀드들의 경영참여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송렬/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