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사업계획 내놔도 기업 90%, 실행 실패하는 까닭
11월 중순은 많은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골몰할 때다. 늘 그랬지만 내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위기에는 기회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이를 능히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보면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영 환경을 읽고 이에 적합한 전략을 개발해서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만드는 것이 사업계획이다.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애써 만든 사업계획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허망한 일이 된다. 수립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실행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실행이 만만치가 않다. 포천지 조사에 의하면 수립한 전략을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 기업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그리고 실패한 기업의 문제는 전략의 부실이 아니라 실행이 부실한 탓이라고 얘기한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실행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PwC의 2016년 조사에서도 전략 수립과 실행에 모두 능한 리더는 전체의 8%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실행의 중요성에 비해 경영자들 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왜 이렇게 경영 리더들의 전략 실행능력이 떨어질까? 그 해답에 대한 조사 결과가 있다. 201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는 글로벌 경영자 1700여 명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전략을 실행하는 데 장애물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여러 가지 대답이 나왔다. 이 중 우리가 주목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일선 담당자까지 전략을 이해하고 이와 연계해 그들의 업무를 전략과 일치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구성원들과 전략에 대해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했다는 답변이었다. 이를 통해 보면, 실행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만들어진 전략을 구성원들과 흡족한 수준으로 컨센서스, 즉 합의 및 일치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략 따로 일 따로 흘러가게 돼 전략을 개발하고 사업계획을 짜느라 고생한 것이 크게 의미 없는 노력이 되고 만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첫 번째는 전략 및 사업계획의 수립 과정에서 실행을 담당할 구성원의 참여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수립 과정에 숟가락, 젓가락 하나 놓은 것만으로도 효과가 크다. 작은 의견이라도 내 의견이 반영됐다는 느낌은 구성원의 관심과 몰입도를 높인다. 로또 복권 인기는 다른 복권에 비해 매우 높다. 그렇다고 당첨 확률이 더 높은 것도 아니다. 단지 내 번호를 내가 정한다는 느낌이 당첨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때문이다.

동기 부여를 연구하는 윌리엄 브래들리와 로저 매넬은 인간의 내부 통제가 외부 통제보다 몰입도를 훨씬 높인다는 것을 밝혔다. 그래서 스스로 무언가를 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을 개발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주체적 노력과 능력으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두 번째는 경영 리더와 구성원과의 끊임없는 소통이다. 수립 과정에서만 그쳐서는 안 되고, 지속적으로 전략 실행에 대한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를 유지해야 한다. 경영자는 이를 위한 소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전략과 그 전략 실행을 통해 변화되는 모습을 구성원과 지속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좋은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를 실행해서 제대로 성과를 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이제 전략을 개발하고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만드는 것으로 사업계획이 끝났다는 생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행을 염두에 두고 사업계획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구성원들을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강성호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