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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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머니(smart money)가 은행권의 환테크 통장으로 향하고 있다. 내년 초까지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짙어진 데다 불안감이 높아진 금융시장에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면서 투자 대안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328억달러로 전월 대비 34억달러(11.8%) 증가했다. 지난 7월 말 337억달러에서 9월 말 293억달러로 급감한 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달러가 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스마트 머니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 머니란 고수익, 단기차익을 노리는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일컫는 말이다. 금융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해 한 발 앞서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똑똑한 돈'이라고 불린다.

스마트 머니를 이끄는 달러의 매력은 안정성에 있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와 브렉시트 협상의 불확실성 등으로 한국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잇달아 무너지는 와중에도 기축통화인 달러는 꿋꿋하게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미국 달러 인덱스는 97.65를 기록, 17개월내 최고치로 솟았다.

이에 따라 달러를 이용한 투자, 달러예금이 환테크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했다가 출금할 때 원화로 받는 상품이다. 환율이 오를 때 매각할 경우 환차익을 거둘 수 있는데다 입출금이 자유로워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환테크'로 유용하게 쓰인다. 환차익에는 세금을 물지 않는다.

환테크에도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는 일반적인 투자 법칙이 통한다. 달러 가격이 낮을 때 사들여서 값이 뛰었을 때를 기다려 파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러가 금융시장의 불안을 밟고 내년 초까지 강세를 이을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예금의 인기도 내년 초까지는 유효하다는 얘기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달러·원 환율은 상고하저 흐름을 예상한다. 상반기에는 달러 강세가 보다 심화될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유로의 정치적 불안 등 불확실성이 가장 고조돼 달러에 대한 선호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 연구원은 "내년 2분기부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달러의 강세압력이 약화될 수 있으나 4분기부터는 2020년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중은행들은 환테크 통장 행사를 열며 고객 모시기에 열중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날 외화적금인 '올원외화포켓적립예금'을 출시했다. 가입가능통화는 미달러(USD), 일본엔(JPY), 유로(EUR), 중국위안화(CNY) 4종이며, 가입기간은 12개월이다. 달러는 내년 6월까지 90% 우대환율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외화예금 가입고객 대상으로 환율우대, 경품증정 등의 행사를 벌이고 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