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국민은행장(오른쪽)이 ‘KB×BTS적금’에 가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민은행 제공
허인 국민은행장(오른쪽)이 ‘KB×BTS적금’에 가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민은행 제공
국민은행이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워 글로벌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연일 화제가 되자 국민은행은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방탄소년단을 새 모델로 발탁했다. 김진영 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장은 “당시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국내외 확장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봤다”며 “금융권 최대 화두가 디지털과 글로벌인데 방탄소년단이야말로 그 자체가 디지털과 글로벌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방탄소년단을 통해 글로벌 성공 DNA를 그룹에 이식하고자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코리아 베스트가 글로벌 베스트가 될 수 있다’는 국민은행의 꿈이 ‘도전’과 ‘글로벌’이라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DNA를 통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국민은행과 인연을 맺은 뒤 정규앨범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를 발매해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 5월29일 앨범 타이틀곡인 ‘페이크 러브(Fake Love)’는 K팝 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순위인 ‘핫 100’에 진입했다.

국민은행은 보이그룹 방탄소년단과의 협업으로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함께 선보인 ‘KB×BTS적금’은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가입 계좌가 12만 건을 돌파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이 1호 고객으로 가입한 이 상품은 방탄소년단의 이미지가 담긴 통장 디자인에다 스토리 마케팅을 더해 소비자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국민은행은 방탄소년단 이미지를 담은 적금통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데뷔 날짜와 멤버 생일에 입금한 금액에는 우대금리 혜택을 제공했다. 이런 날엔 팬들이 몰려 계좌 가입 건수와 금액이 평소보다 5배가량 늘어났다.

방탄소년단은 글로벌 시장에 KB 브랜드를 알리는 첨병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3월 이들을 내세워 공개한 대표 앱(응용프로그램) KB스타뱅킹의 홍보영상은 누적 조회 수 1100만 건을 돌파했다. 해외에서 외국 팬들이 자발적으로 광고영상을 찾아보면서 “KB가 뭐 하는 곳이냐” 등의 댓글을 달았을 정도다. 국민은행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역시 2만5500여 명으로 지난 3월(8000명)의 3배가량으로 늘었다.

국민은행 여의도 전산센터 서관 1층에 ‘KB×BTS 포토존’을 마련해 글로벌 고객을 자연스럽게 유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방탄소년단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듯한 가상체험을 제공하는 포토부스가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이후 달린 KB스타뱅킹 광고 댓글의 상당수가 외국인이 작성한 것이라는 점이 기존 광고 반응과 차이가 난다”며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발탁한 이유 중 하나였던 글로벌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