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SIS, 북한 미사일 기지 '미신고' 표현…"협상 시작도 안했는데"
미국 굴지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13곳의 미사일 기지에 대해 '미신고'(Undeclared)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신고'는 양측간 합의에 따라 신고의무를 진 쪽이 이를 사실대로 신고하지 않아 합의를 위반한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미간에는 미사일과 관련한 일체의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진행된 적이 없어 '미신고'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적절하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CSIS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미신고'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연합뉴스에 "북한의 전체적 핵무기 프로그램의 일부분이지만 북한이 아직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미사일 기지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전문가들이 이미 들었거나 장소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미신고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미국 정보당국 등이 파악하는 바로는 북한이 실제로 운용하고 있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이를 숨기고 있거나 공표를 꺼리는 미사일 기지를 뜻한다는 얘기다.

바꿔 말해 앞으로 미사일 협상의 주체가 될 미국 정부의 관점에 서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공개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 기지를 자의적으로 '미신고'라고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미신고를 양측간 합의에 따른 의무이행과 연결시키는 우리와는 상호간의 인식차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신고'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신고를 해야할 어떤 협약도, 협상도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신고를 받을 주체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이런 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협상을 조기에 성사시켜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과거 북한 핵의 경우 6자회담이라는 다자간 협상의 틀 속에서 한차례 신고된 적이 있지만 미사일의 경우에는 양측 사이에 폐기협상이 진행된 바 없다.

북한은 6자회담이 한창 진행중이던 2008년 6월 당시 의장국이었던 중국에 북한의 핵무기 및 시설 관련 목록과 플루토늄 추출량, 사용처 등이 담긴 핵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보고서에서 공개된 미사일 기지의 존재를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합의를 어긴 증거로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아직 북미 사이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상 북한이 이러한 미사일 기지를 자발적으로 신고하거나 폐기할 의무는 없다는 점에서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CSIS가 북미간 핵협상이 교착국면을 보이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서 '미신고'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북한 핵문제에 대한 회의론이 점증하고 있는 미국 조야의 인식이 투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