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사업(광주 완성차 공장 사업) 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2차 시한(11월9일)도 넘겨 버렸다. 현대자동차와 광주 노동계가 임금 수준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협상 전면에 나서기로 하는 등 주요 협상 주체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지만, 자칫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협약이 체결되면 즉각 총파업을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근로자 임금 수준 놓고 이견

이 시장은 12일 정진행 현대차 사장과 만나 광주형 일자리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다. 그는 이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홍영표 원내대표,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 등도 찾는다. 지금까지는 이병훈 문화경제부시장이 이 사업의 협상을 총괄해왔다. 이 시장은 지난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및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광주지역본부장을 만나 광주형 일자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시장이 직접 협상에 뛰어들기로 결정한 것은 현대차와 광주 노동계가 공장 근로자 임금 수준 및 물량 보장 등에 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노동계는 당초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의한 ‘근로자 연봉 3500만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봉 3500만원 수준을 지급한다’는 문구를 투자협약서에 넣자는 광주시와 현대차의 요구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광주 노동계는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5년간 유예(5년간 임금 동결)한다는 조항에도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가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을 보장하고, 노조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런 광주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적정한 임금을 지급하는 완성차 공장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 임금이 연 3500만원보다 높아지면 이 공장에서 당초 계획한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해봐야 수익을 내기 힘들다”며 “자칫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허덕이는 기존 자동차 공장이 하나 더 늘어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총파업하겠다는 현대차 노조

광주시는 애초 지난달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지난 1일에는 “광주 노동계와 큰 틀의 합의가 끝난 만큼 9일까지 협상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이마저도 못 지켰다.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의견 차이를 보였던 부분에 대한 논의가 전혀 진전이 없다”고 전했다.

이러다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는 오는 1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열어 각 상임위원회가 제출한 예산안을 검토한다. 적어도 14일까지는 광주시와 현대차, 광주 노동계가 합의를 해야 이 사업과 관련한 정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민주노총과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자체를 반대하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0일 확대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광주시와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협약을 체결하면 즉각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연봉 3500만원을 주는 완성차 공장이 완성되면 더 이상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힘들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근로자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9200만원이다.

도병욱/광주=임동률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