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과의 냉전이나 (중국)봉쇄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워싱턴DC에서 1년3개월만에 재개된 ‘미·중 2+2 외교안보회담(외무장관·국방장관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다.

폼페이오 장관은 “나는 이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산적인 대화라고 말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종교적 자유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과 관련한 중국의 행동에 대해서는 우려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이 책임감 있고 공정하게 행동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미·중 갈등이 ‘신냉전’ 수준으로 전환됐다는 우려를 차단하면서도 중국에 대해 ‘경고’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무역전쟁은 결국 양측 모두에게 상처를 입힐 것”이라며 미국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대화의 통로를 열어놨다”고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공조’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방법론에선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를 추구하는데 있어 단일 대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모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대한 엄격한 이행을 통해 압박을 유지하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FFVD를 달성하는 우리의 공통의 욕구에 대해 논의했다”며 “(그 과정에서)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하기 위한 책무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양제츠 정치국원은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엄격히 이행해나갈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양측(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과정과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진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를 최우선순위로 삼는 미국과 달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기존 ‘쌍궤병행’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미·중 2+2 외교안보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4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고위급 대화 채널이다. 지난해 6월 워싱턴DC에서 1차 회의가 열렸다. 2차 회의는 지난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취소됐었다.이날 회의가 재개되면서 미·중 갈등이 완화될지 주목받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