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설립된 메딕션은 생체신호 분석 기술과 가상현실(VR)을 결합해 중독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 김석민 대표(사진)는 "기존 병의원에서 하는 중독 진단 및 치료는 설문, 상담, 약물 위주라 객관적인 접근이 힘들고 재발률이 높았다"며 "이를 보완하는 데 우리 솔루션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 회사에 합류하기 전 그는 한빛소프트 개발본부장, 엠게임 전략기획실장을 지내며 게임을 개발했다. 그는 "한빛소프트에 있을 때 처음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접하고 VR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게임보다 의료 분야에 사업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메딕션은 2009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함께 VR이 중독환자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임상적으로 검증한 뒤 제품 개발에 나섰다. 김 대표는 "5년 간의 연구 끝에 SCI 논문 3편, 임상 800여 건 등으로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13년 VR을 적용한 중독 치료 기기 '미라클'을 첫 출시했다. 알코올 중독 환자가 HMD를 쓰면 소주를 잔에 따르는 장면과 함께 고통스럽게 구토하는 모습을 연이어 보여준다. 이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다보면 환자가 술을 보기만 해도 몸이 저절로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환자가 중독돼 있는 대상과 혐오감을 일으키는 대상을 연결시켜 중독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 치료법을 '혐오 치료'라고 하는데 예전엔 전기 자극을 주는 식이어서 의사와 환자가 다소 꺼려했다"며 "VR이 발전하면서 혐오 치료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라클은 현재 8개 병원에 설치됐다.
지난해엔 생체신호를 파악해 중독 정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인 'M3700' 개발을 완료했다. M3700은 환자가 중독 물질을 볼 때 나타나는 뇌파, 심박수, 피부 전기 저항도(GSR) 등의 변화를 측정해 중독 물질에 대한 충동도를 정량적으로 보여준다.
김 대표는 "우리 기술력의 핵심은 VR보다 생체신호 분석 기술"이라며 "병원 임상 결과를 분석하고 있으며 의료기관에서 2차 임상을 시행해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두 기술을 융합한 제품 '메딕션S' 개발도 마무리 단계다. 키오스크 형태의 메딕션S는 진단과 치료 모두 가능하다. 의료기기 허가를 받기 위해 2차 임상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정부에 치료 프로그램을 납품하면서 성장했다. 지난 1월부터 전국 11개 보호관찰소에 알코올 중독 범죄자 치료에 쓰이는 VR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또 지난달에 도로교통공단과 VR 기반 교통안전 교육 콘텐츠 납품 계약을 맺었다. 그는 "대중적으로 우리 회사가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정부 내에서는 꽤 알려져 있다"고 했다.
메딕션은 뇌파와 맥박을 동시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내년께 양산해 본격적으로 뉴로테크놀로지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뉴로테크놀로지는 뇌파를 측정·자극해 정신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을 뜻한다.
김 대표는 "헬스케어 웨어러블 시장은 점점 하락하는 추세지만 뉴로테크놀로지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도 와이브레인, 락싸, 소소 등이 제품을 개발했지만 기업 차원에서 상용화를 마친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올해부터 유럽의 다자간 공동 펀딩 연구개발 사업인 '유로스타2'를 통해 직무스트레스를 진단하고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덴마크 컨설팅 회사, 중앙대병원 등과 함께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내년 한국노총 산하 2~3개 노조와 직무스트레스 지원 프로그램 도입 관련 계약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했다.
메딕션의 지난해 매출은 4억5000만원이었다. 내년 예상 매출액은 최대 1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전망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