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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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숙명여고에 재직하면서 자신의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임 교무부장 A(53)씨 측이 "경찰이 직접적인 증거 없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 측은 "시험지가 금고에 보관된 날 야근하면서 금고를 열어본 것은 맞지만, 결재가 완료되지 않은 과목의 시험지를 추가 보관하기 위해 연 것이고 해당 과목 선생님도 같이 있었다"며 문제유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A씨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오현 최영 변호사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찰이 문제유출 정황을 18가지 정도 제시했지만, 추측만으로 한 것이고 (시험지나 정답을) 복사했다거나 사진을 찍었다거나 하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경찰이 여론에 몰려서 영장까지 이른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A씨 측은 올해 1학기 중간고사 사흘 전인 4월 21일과 기말고사 닷새 전인 6월 22일에 교무실에 남아 야근한 것은 맞지만, 시험문제나 정답을 빼돌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4월 21일에 시험지를 보관 중인 금고를 연 것도 사실이지만, 시험지 결재를 통과하지 못한 과목의 담당 교사가 시험지 파일철을 들고 와서 보관해달라기에 금고를 열어 추가로 집어넣었다는 것이 A씨 주장이다.

A씨 변호인은 "금고 비밀번호를 아는 고사 총괄 교사가 연락이 되지 않아서, 과거 교무부장 인수·인계받을 때 적어놓았던 비밀번호를 보고 금고를 연 것"이라며 "그래서 교육청 감사 때는 비밀번호를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금고 안에 있던 시험지는 손대지 않았다. 파일철 맡긴 교사가 바로 옆에 있었다"면서 "손을 댔다면 복사를 했을 텐데 복사 정황이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A씨 측은 당시 시험지는 인쇄실에 있었고 금고에는 이원목적분류표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원목적분류표에는 시험문제가 적혀 있지는 않지만 시험문제가 어느 단원에서 출제됐는지, 정답은 무엇인지, 배점은 몇 점인지 등이 적혀 있다.

변호인은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것인지 답안을 유출했다는 것인지, 복사를 했다는 것인지 사진을 찍었다는 것인지 특정이 돼야 하는데 경찰은 영장에도 뭉뚱그려서 '복사 등 기타 방법으로 (유출했다)'라고 해놓았다"며 영장 신청을 비판했다.

시험지가 금고에 보관되기 시작한 날 야근한 이유에 대해서는 "시험 기간에 한가하니까, 그때 몰아서 다음 학기나 이번 교육과정 변경에 관해 학과목 편성 등 일 처리를 하려고 있었던 것"이라며 "특별히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 자택에서 새 시험지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시험 끝나고 여분이었을 것"이라며 "유출했다면 교무실 복사기로 복사해 A4로 가져갔을 텐데 시험용 재질인 갱지로 돼 있었으므로 여분을 반환하지 않고 가져온 거로 본다"고 주장했다.

쌍둥이 중 동생의 휴대전화에서 영어시험 문제의 답안에 해당하는 영어 구절이 메모로 나온 것을 두고는 "보충교재에 나오는 것인데 어려운 문구였고, 관련 기출문제를 검색하려고 저장해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유출 의혹이 불거진 후 컴퓨터를 교체한 것은 "한 대는 산 지 5년 넘어서 이번 사건 이전에 파기한 것이고, 다른 한대는 수사의뢰 이후에 파기한 것은 맞지만 고장이 나서 초기화가 안 돼서 교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학시험 정답에 문제가 정정되기 전의 정답을 적어낸 것에 관해서는 "계산을 실수한 것"이라며 "풀이과정이 함께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수사기관에서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지만, 충분히 해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유출을 전제로 보면 정황이 확실하지만, 해명을 듣고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납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A씨는 영장심사에서 "2학년 이과에 다니는 쌍둥이 중 동생이 경찰 조사를 받은 후로 정신과 진단을 받을 정도로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이 미성년자인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추궁한 탓에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영장심사를 마치고 현재 수서경찰서 유치장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