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기름줄 고사작전'…동맹 강조한 韓은 '원유 대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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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이란 제재 전면 복원…북핵 협상 영향 주목
日 등 8개국 6개월간 한시적 예외
"한국 희생 시키면 중국만 혜택"
정부, 동맹 적극 강조하자 美 공감
석유화학 '안도'…건설은 '비상'
"약속 불이행시 언제든 제재 강화"
北에 압박…南엔 경협 과속 경계
日 등 8개국 6개월간 한시적 예외
"한국 희생 시키면 중국만 혜택"
정부, 동맹 적극 강조하자 美 공감
석유화학 '안도'…건설은 '비상'
"약속 불이행시 언제든 제재 강화"
北에 압박…南엔 경협 과속 경계
미국이 대(對)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5일 0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2시)부터 전면 복원하면서 한국 등 8개국에 대해 한시적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우려하던 ‘이란발(發) 원유 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의 ‘기름줄’을 말림으로써 핵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세계에 다시 한번 밝히며 북한과의 핵 협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11월 대란’은 없었다
미국 정부는 5일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이탈리아, 터키, 그리스, 대만 등 8개국을 대이란 제재 예외 국가로 지정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았다”며 “석유화학산업이 우리 경제 구조에 중요하기 때문에 이란 제재 시 한국 경제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감축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6개월간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 감축 양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은 2012년 이란에 대한 첫 제재 때도 예외를 인정받았다.
미국이 이날부터 전면 복원한 경제·금융 제재의 초점은 이란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원유, 천연가스 수출을 고사하는 데 맞춰졌다. 미국은 지난 5월 이란과의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8월에 이란산 금과 귀금속, 철, 알루미늄, 석탄 등의 거래를 금지하는 1차 제재를 단행했다.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해제한 제재 조치를 복원한 것이다.
정부, 한·미 동맹 강조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미국이 이란 핵 합의를 탈퇴한 직후부터 외교부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합동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지난 7월까지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는 “예외가 일절 없다”며 강경 일변도로 나왔다.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 말까지 전체 수입량의 13%를 차지했으나 지난 9월엔 ‘0’을 기록했다. 특히 이란산 원유 도입분 가운데 73%는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인데 한국 석유화학산업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은 콘덴세이트의 절반 이상(53%)을 이란에서 수입해왔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2일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 ‘일시적 면제’ 방침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한·미 동맹이 의도치 않게 손상됐다”며 “한국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엉뚱한 국가가 혜택받는 상황은 안 된다고 강하게 설명했고, 미국이 이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란 제재로 인해 동맹국인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타격을 입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31일 “이란산 석유 제재로 동맹국을 해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北에 압박 효과…남북한 경협도 변수
이번 조치는 이란을 겨냥했지만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북한이 자칫 핵 프로그램을 재개하거나 핵 협상 타결 이후 약속을 위반할 경우 언제든지 제재의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로서도 6개월마다 이란산 원유 수입의 예외 조치를 미국으로부터 ‘검사’받게 되는 만큼 섣불리 경협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역시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의 대북 제재 공조가 중요한 만큼 면제 요청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한국도 북한 비핵화 조치에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미국은 남북 경협이 비핵화 조치보다 과도하게 앞서 나갈 경우 언제든지 예외국 인정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계 은행에 대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과 국내 대기업에 대한 경협 관련 사전 조사 등도 우리 정부를 부담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안도하는 정유업계…건설업계는 ‘빨간불’
이란 제재 예외를 인정받음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최장 6개월간 이란산 원유 수입이 가능해졌다. 이란과의 원화무역 결제 업무를 담당해온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결제 업무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은행은 이란 제재를 앞두고 지난주 이란과의 원화무역 결제 업무를 잠정 중단했다.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는 반응이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등 5개사가 주로 수입해 사용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르면 한 달 뒤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들여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면제 기한이 끝나는 6개월 이후에는 제재 면제 신청을 다시 해야 한다.
반면 건설업계는 이란 수주 활동이 전면 금지돼 ‘빨간불’이 켜졌다. 상당수 건설회사도 이란 리스크가 불거진 지난해 말 이후 공사 진행을 잠정 중단하는 등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국이 건설 분야에 대한 제재를 풀어줄 가능성은 낮다”며 “무리한 사업 추진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채연/박상익 기자 why29@hankyung.com
‘11월 대란’은 없었다
미국 정부는 5일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이탈리아, 터키, 그리스, 대만 등 8개국을 대이란 제재 예외 국가로 지정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았다”며 “석유화학산업이 우리 경제 구조에 중요하기 때문에 이란 제재 시 한국 경제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감축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6개월간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 감축 양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은 2012년 이란에 대한 첫 제재 때도 예외를 인정받았다.
미국이 이날부터 전면 복원한 경제·금융 제재의 초점은 이란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원유, 천연가스 수출을 고사하는 데 맞춰졌다. 미국은 지난 5월 이란과의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8월에 이란산 금과 귀금속, 철, 알루미늄, 석탄 등의 거래를 금지하는 1차 제재를 단행했다.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해제한 제재 조치를 복원한 것이다.
정부, 한·미 동맹 강조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미국이 이란 핵 합의를 탈퇴한 직후부터 외교부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합동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지난 7월까지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는 “예외가 일절 없다”며 강경 일변도로 나왔다.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 말까지 전체 수입량의 13%를 차지했으나 지난 9월엔 ‘0’을 기록했다. 특히 이란산 원유 도입분 가운데 73%는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인데 한국 석유화학산업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은 콘덴세이트의 절반 이상(53%)을 이란에서 수입해왔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2일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 ‘일시적 면제’ 방침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한·미 동맹이 의도치 않게 손상됐다”며 “한국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엉뚱한 국가가 혜택받는 상황은 안 된다고 강하게 설명했고, 미국이 이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란 제재로 인해 동맹국인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타격을 입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31일 “이란산 석유 제재로 동맹국을 해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北에 압박 효과…남북한 경협도 변수
이번 조치는 이란을 겨냥했지만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북한이 자칫 핵 프로그램을 재개하거나 핵 협상 타결 이후 약속을 위반할 경우 언제든지 제재의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로서도 6개월마다 이란산 원유 수입의 예외 조치를 미국으로부터 ‘검사’받게 되는 만큼 섣불리 경협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역시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의 대북 제재 공조가 중요한 만큼 면제 요청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한국도 북한 비핵화 조치에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미국은 남북 경협이 비핵화 조치보다 과도하게 앞서 나갈 경우 언제든지 예외국 인정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계 은행에 대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과 국내 대기업에 대한 경협 관련 사전 조사 등도 우리 정부를 부담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안도하는 정유업계…건설업계는 ‘빨간불’
이란 제재 예외를 인정받음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최장 6개월간 이란산 원유 수입이 가능해졌다. 이란과의 원화무역 결제 업무를 담당해온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결제 업무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은행은 이란 제재를 앞두고 지난주 이란과의 원화무역 결제 업무를 잠정 중단했다.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는 반응이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등 5개사가 주로 수입해 사용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르면 한 달 뒤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들여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면제 기한이 끝나는 6개월 이후에는 제재 면제 신청을 다시 해야 한다.
반면 건설업계는 이란 수주 활동이 전면 금지돼 ‘빨간불’이 켜졌다. 상당수 건설회사도 이란 리스크가 불거진 지난해 말 이후 공사 진행을 잠정 중단하는 등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국이 건설 분야에 대한 제재를 풀어줄 가능성은 낮다”며 “무리한 사업 추진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채연/박상익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