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자산운용의 코스닥벤처펀드가 공모형 펀드 중 처음으로 신용평가 등급을 받지 않은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에 투자했다. 증시 부진으로 벤처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투자 손실을 만회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KTB자산운용은 KTB코스닥벤처펀드가 지난 2일 적격기관투자가(QIB) 시장에서 발행된 전환사채(CB)에 30억원을 투자했다고 5일 발표했다. 발행회사는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상장사로 수개월 전부터 KTB자산운용과 QIB 채권 발행을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QIB 시장에서 발행된 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에 한해 공·사모펀드 구분 없이 편입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했다.

원래 공모펀드는 사모펀드와 달리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을 받지 않고 사모시장에서 거래되는 무등급 메자닌에는 투자할 수 없었다. 벤처신주 의무편입 비율(15%)을 맞추기 위해 각 펀드가 우량 메자닌 물량 확보 경쟁에 나섰지만 2개 이상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은 메자닌은 극히 드물었다. 이렇다 보니 공모펀드 운용사를 중심으로 사모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번 QIB 메자닌 투자가 그간 수익률 악화에 고전해온 공모형 벤처펀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일 기준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 점유율 1위인 KTB코스닥벤처펀드(설정액 3736억원)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3.44%(종류 A형 기준)로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12.47%)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른 공모형 벤처펀드 역시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사모형 벤처펀드의 수익률은 대체로 5%에서 -5% 수준을 기록하며 하락장 에서도 공모형 대비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메자닌뿐 아니라 공매도, 선물, 인버스 ETF(하락장에서 이익을 내는 상장지수펀드) 등에 분산투자해 수익률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며 “공모펀드는 관련 법과 내규상 편입 종목에 제한이 많아 운용상 어려움이 큰 만큼 수익률 제고를 위해선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