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등 메자닌 발행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상장폐지되거나 근근이 버티는 기업이 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메자닌 발행이 본격화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CB·BW를 가장 많이 발행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키위미디어그룹이다. 키위미디어그룹은 이 기간 26회의 CB(1101억원)와 14회의 BW(673억원) 등 총 40회(1774억원) 메자닌 발행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코스닥시장의 트레이스(36회) 바이온(25회) 위너지스(24회) 등 순으로 발행 횟수가 많았다.

발행실적 상위 상장사 중 상당수는 재무상태가 나쁘다. 이른바 ‘한계기업’도 있다. 총 22회 CB와 BW를 발행(발행금 545억원)한 UCI는 지난 10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통보받았다.

트레이스 위너지스 엠벤처투자도 최근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됐다. 이달 초 상장폐지된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도 메자닌 발행이 18회(537억원)에 달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인수합병(M&A) 또는 시설투자 등을 위해 메자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급전이 필요한 일부 부실회사의 편승 사례도 나오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자닌 발행 상위 10개 상장사 중 발행금이 회사의 시가총액(23일 기준)을 웃도는 회사가 6개(키위미디어그룹 트레이스 위너지스 엠벤처투자 UCI 스포츠서울)에 달한다. 트레이스와 위너지스는 CB·BW 발행금이 지난 12년간 각각 1053억원, 494억원인데 거래정지 전 시가총액은 각각 798억원, 278억원에 불과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바이오 등 성장기업들이 CB를 이용해 조달비용을 낮추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지분 희석 등으로 기존 주주와 갈등을 겪는 일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