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시철 고법 판사 “검찰 압수수색은 명백히 위법…중앙지검 수사팀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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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法간 압수수색 위법성 논쟁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 본지와 단독 인터뷰
"네이버 압수수색하면 국민전체 계정 볼 수 있다는 게 검찰 논리"
"이메일 압수때 과도한 ‘확장 수색’으로 인권침해 논란도"
조국 수석 '멘토' 한인섭 "영장 청구 관행 개선해야" 이례적 쓴소리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 본지와 단독 인터뷰
"네이버 압수수색하면 국민전체 계정 볼 수 있다는 게 검찰 논리"
"이메일 압수때 과도한 ‘확장 수색’으로 인권침해 논란도"
조국 수석 '멘토' 한인섭 "영장 청구 관행 개선해야" 이례적 쓴소리
고위 법관인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53·사진·사법연수원 19기)가 “검찰의 압수수색은 판례와 법리에 비춰봤을 때 명백히 위법하다”며 “중앙지검 수사팀이 엄중히 책임질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한 인터뷰에서다.
고위 판사인 고법 부장판사가 기소 전 단계에서 검찰 수사의 위법성을 공개 지적하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기회로 검찰의 압수수색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오후 서울고법 15층에서 사무실에 들어오는 김 부장판사를 만났다. 처음에 그는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기자의 버티기와 거듭된 요청에 마지못해 방으로 기자를 들였다. 김 부장판사는 잠을 한 숨도 자지 못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검찰에 대한 재반박을 준비하기 위해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가 이런식으로 이뤄질 줄은 몰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의 압수수색 관행은 익히 들어왔지만 그 속에 들어있던 ‘디테일’을 알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사실과 다른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과 검찰의 반박 논리를 언급할 땐 얼굴이 붉어졌다. 애써 목소리를 침착하게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압수수색이 위법인 이유
그는 우선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은 명백한 위법이라 강조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나 한동훈 3차장 검사 등 수사선상에 있는 개인을 콕 집긴 어렵지만 수사팀에서 책임을 질 문제라고 했다. 판사로서 고발 등의 조치를 할 수 없을 뿐이지 법적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될 사안이라 했다. 기자가 ‘직권남용이라는 것이냐’고 묻자, 김 부장판사는 “직권남용은 지나치게 확대해 적용해선 안되는 것”이라며 “검찰이 스스로 주장하는 직권남용의 범위라면 검찰의 압수수색상 위법행위도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수사 대상자가 재판을 맡게 될 재판들이 보는 게시판에 자신의 변론을 올리는 게 부적절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그에게 전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자로 입건된 것도 아니고 참고인으로서 문제를 지적한 것 뿐”이라며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등의 불법적 행위가 전혀 없는데 검찰이 자신의 일방적 주장을 전제하고 또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스스로의 주장을 근거로 삼는 논리적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영장집행의 적법성 여부인데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이런 문제제기의 타이밍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관계자가 한 말을 보니 법원을 상대로 하는데 적법하게 하지 않았겠느냐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법원을 상대로도 이렇게 한다면 일반 국민을 상대로는 어떻게 하는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수사관행에 대해서 지적하고 반인권 수사 행태를 고쳐나가는 계기로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논란은 김 부장판사가 지난달 29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에서 2018년 10월 11일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관리하는 이메일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놓고 29일 다시 이메일 자료를 압수수색했다”며 “효력이 상실된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명백하게 위법하다”고 적했다. 그러면서 “두번째 압수수색에서는 대법원 전산망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잡아놓고 실질적으론 법원 구성원 전체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다음 날 김 부장판사 지적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대상은 대법원이었기 때문에) 대법원과 협의한 정상적이고 적법한 압수수색이었다는 게 저희의 결론”이라며 “김 부장판사 주장대로 모든 구성원 이메일을 보는 게 아니라 김 부장과 모 재판연구원이 있는 이메일만 (전체 구성원 이메일에서) 추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장 기한에 대해서도 “유효기간은 10월 31일이라 문제없다”고 말했다. 관련성 없는 부분까지 압수수색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성은 수사기관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관련 없다면 나중에 증거능력이 없어질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장문의 글을 코트넷에 올려 검찰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그는 “검찰 논리대로면 네이버 본사를 대상자로 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실제로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고지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며 “이미 집행을 마친 영장을 갖고 유효기간이 남았다는 이유로 다시 압수를 집행하는 건 형사소송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만일 검찰 주장을 토대로 한다면 대법원 담당자를 피압수자로 하는 확인서 등을 받았어야 하는데 이를 받지 않아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리와 판례를 세세히 나열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법조계 “수사관행 개선해야”
법원 고위 판사와 검찰 수사팀 책임자간의 논쟁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검찰이 이미 집행한 압수수색영장을 유효기간이 남았다는 이유로 다시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느냐다. 이 논란은 검찰이 잘못한 것이란 시각이 법조계에서 지배적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영장의 유효기간은 1회 집행에 대해서 언제까지는 압수수색을 완료하라는 의미”라며 “유효기간 내에 횟수 제한없이 언제든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반인권적이다”고 설명했다. 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도 “변호사가 돼보니 법원에 있었을 때 보이지 않던 검찰의 반인권 수사 관행이 여럿 보인다”며 “이번 건에서도 이미 집행이 끝난 영장으로 재집행에 나선 자체가 엄격성을 요하는 영장주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고 전체 이메일에서 추출하겠다는 식의 먼지털이식 압수수색도 과도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특정인이 다른 사람과 주고 받은 이메일을 압수하기 위해 특정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메일(받은메일함)까지 수색 대상으로 확대할 수 있느냐다. 법조계에서는 제3자의 이메일 보관함에 들어있는 이메일의 처분권은 그 이메일 계정 당사자에게 있으므로 압수수색을 하려면 별도의 영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반대로 범죄 사실과 관련된 혐의기 때문에 피의자가 보낸 이메일에 대해서는 한정적 압수수색이 가능하단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이 경우에라도 검찰이 제3자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할 때 별도의 ‘별건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조건이 붙는다. 과도한 ‘확장 압수수색’이 가능해지면 압수수색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해져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 또는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이번 논쟁을 기회삼아 검찰의 수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멘토’로 불리는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도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그동안 법원이 검찰의 영장청구를 너무 쉽다 받아줬다”며 “향후 압수수색 영장의 심사를 강화해달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우리의 영장청구, 발부의 관행을 대대적으로 검토하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고위 판사인 고법 부장판사가 기소 전 단계에서 검찰 수사의 위법성을 공개 지적하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기회로 검찰의 압수수색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오후 서울고법 15층에서 사무실에 들어오는 김 부장판사를 만났다. 처음에 그는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기자의 버티기와 거듭된 요청에 마지못해 방으로 기자를 들였다. 김 부장판사는 잠을 한 숨도 자지 못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검찰에 대한 재반박을 준비하기 위해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가 이런식으로 이뤄질 줄은 몰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의 압수수색 관행은 익히 들어왔지만 그 속에 들어있던 ‘디테일’을 알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사실과 다른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과 검찰의 반박 논리를 언급할 땐 얼굴이 붉어졌다. 애써 목소리를 침착하게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압수수색이 위법인 이유
그는 우선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은 명백한 위법이라 강조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나 한동훈 3차장 검사 등 수사선상에 있는 개인을 콕 집긴 어렵지만 수사팀에서 책임을 질 문제라고 했다. 판사로서 고발 등의 조치를 할 수 없을 뿐이지 법적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될 사안이라 했다. 기자가 ‘직권남용이라는 것이냐’고 묻자, 김 부장판사는 “직권남용은 지나치게 확대해 적용해선 안되는 것”이라며 “검찰이 스스로 주장하는 직권남용의 범위라면 검찰의 압수수색상 위법행위도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수사 대상자가 재판을 맡게 될 재판들이 보는 게시판에 자신의 변론을 올리는 게 부적절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그에게 전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자로 입건된 것도 아니고 참고인으로서 문제를 지적한 것 뿐”이라며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등의 불법적 행위가 전혀 없는데 검찰이 자신의 일방적 주장을 전제하고 또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스스로의 주장을 근거로 삼는 논리적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영장집행의 적법성 여부인데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이런 문제제기의 타이밍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관계자가 한 말을 보니 법원을 상대로 하는데 적법하게 하지 않았겠느냐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법원을 상대로도 이렇게 한다면 일반 국민을 상대로는 어떻게 하는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수사관행에 대해서 지적하고 반인권 수사 행태를 고쳐나가는 계기로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논란은 김 부장판사가 지난달 29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에서 2018년 10월 11일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관리하는 이메일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놓고 29일 다시 이메일 자료를 압수수색했다”며 “효력이 상실된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명백하게 위법하다”고 적했다. 그러면서 “두번째 압수수색에서는 대법원 전산망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잡아놓고 실질적으론 법원 구성원 전체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다음 날 김 부장판사 지적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대상은 대법원이었기 때문에) 대법원과 협의한 정상적이고 적법한 압수수색이었다는 게 저희의 결론”이라며 “김 부장판사 주장대로 모든 구성원 이메일을 보는 게 아니라 김 부장과 모 재판연구원이 있는 이메일만 (전체 구성원 이메일에서) 추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장 기한에 대해서도 “유효기간은 10월 31일이라 문제없다”고 말했다. 관련성 없는 부분까지 압수수색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성은 수사기관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관련 없다면 나중에 증거능력이 없어질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장문의 글을 코트넷에 올려 검찰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그는 “검찰 논리대로면 네이버 본사를 대상자로 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실제로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고지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며 “이미 집행을 마친 영장을 갖고 유효기간이 남았다는 이유로 다시 압수를 집행하는 건 형사소송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만일 검찰 주장을 토대로 한다면 대법원 담당자를 피압수자로 하는 확인서 등을 받았어야 하는데 이를 받지 않아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리와 판례를 세세히 나열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법조계 “수사관행 개선해야”
법원 고위 판사와 검찰 수사팀 책임자간의 논쟁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검찰이 이미 집행한 압수수색영장을 유효기간이 남았다는 이유로 다시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느냐다. 이 논란은 검찰이 잘못한 것이란 시각이 법조계에서 지배적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영장의 유효기간은 1회 집행에 대해서 언제까지는 압수수색을 완료하라는 의미”라며 “유효기간 내에 횟수 제한없이 언제든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반인권적이다”고 설명했다. 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도 “변호사가 돼보니 법원에 있었을 때 보이지 않던 검찰의 반인권 수사 관행이 여럿 보인다”며 “이번 건에서도 이미 집행이 끝난 영장으로 재집행에 나선 자체가 엄격성을 요하는 영장주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고 전체 이메일에서 추출하겠다는 식의 먼지털이식 압수수색도 과도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특정인이 다른 사람과 주고 받은 이메일을 압수하기 위해 특정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메일(받은메일함)까지 수색 대상으로 확대할 수 있느냐다. 법조계에서는 제3자의 이메일 보관함에 들어있는 이메일의 처분권은 그 이메일 계정 당사자에게 있으므로 압수수색을 하려면 별도의 영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반대로 범죄 사실과 관련된 혐의기 때문에 피의자가 보낸 이메일에 대해서는 한정적 압수수색이 가능하단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이 경우에라도 검찰이 제3자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할 때 별도의 ‘별건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조건이 붙는다. 과도한 ‘확장 압수수색’이 가능해지면 압수수색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해져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 또는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이번 논쟁을 기회삼아 검찰의 수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멘토’로 불리는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도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그동안 법원이 검찰의 영장청구를 너무 쉽다 받아줬다”며 “향후 압수수색 영장의 심사를 강화해달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우리의 영장청구, 발부의 관행을 대대적으로 검토하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