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사진=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사진=연합뉴스
미국이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날 남북군사합의서에 불만을 토로했지만 3시간 만에 오해가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31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미 당국 간 소통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 "남북군사합의와 관련해 왜 미국과 불협화음이 있나"라는 의원들의 질의에 이같이 답변했다.

서훈 원장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9월 17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전날 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40분간 남북군사합의서 관련 질문을 쏟아냈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미국과 사전에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강경화 장관도 지난달 외교부 국감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과 통화에서 남북군사합의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느냐"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질의에 "예,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서훈 원장은 정보위 국감에서 "남북군사합의서를 발표하기 전에 우리 정부와 군당국이 유엔군사령부(유엔사) 및 미 군당국과 50여 차례 회의했었다"며 한미 당국 간 충분한 소통을 거쳤다는 설명의 구체적인 근거를 댔다.

서 원장은 이어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에게 처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표출했을 때 강 장관이 '유엔사 및 미 군당국과의 회의를 50차례 넘게 했다'고 설명했고, 내부적으로 확인을 거친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에게 3시간 만에 다시 전화를 걸어와 '잘못됐다. 오해가 풀렸다'고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사전에 미국 측과 협의한 내용이 미국 정부 내에서 국무부에는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논란이 일었던 당시 외교부가 "우리 정부는 남북군사회담 등 군사 분야 합의서 체결을 위한 모든 과정에서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설명에도 '한미 간 군사합의 소통 부족' 논란이 계속되자 외교부 당국자는 남북정상회담 전날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이례적으로 하루에 2차례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2번째 통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톤이 변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정보위원은 통화에서 "서 원장 설명에 따르면 사전에 미국에 여러 차례 보고를 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서로 조율하고 협의가 됐던 사안인데, 이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빠졌던 것 같다"며 "3시간 만에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와 '잘못됐다'고 해서 해프닝으로 끝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정보위원은 "한미 국방부 차원이나 한미연합사 차원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미 정부 내에서 국무부에만 얘기가 안 돼 있었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인데, 강 장관과 그의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 간에 긴밀한 소통이 잘 안 됐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