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종가 기준 20조1772억원
KB금융과 순이익 격차도 좁힐 듯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20조1772억원을 기록해 KB금융(19조8185억원)을 따돌리고 유가증권시장 시총 11위에 올랐다.
이로써 신한지주는 지난해 6월26일 KB금융에 금융업종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지 약 16개월여 만에 이를 되찾았다. 2010년 11월25일 이후 신한지주에 줄곧 밀렸던 KB금융은 당시 약 7년 만에 시총 1위를 탈환했다.
KB금융을 금융 대장주로 도약시킨 원동력은 M&A였다.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이듬해부터 연결 기준 순이익이 껑충 뛰었다. 2016년 2조1902억원에 불과했던 KB금융 순이익은 지난해 3조3435억원으로 1년 새 1조원 넘게 늘었다.
이번 신한지주의 ‘재역전극’ 역시 M&A를 통해 이뤄졌다. 신한지주는 지난 9월 생명보험업계 6위인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를 확정지었다. 지난달 31일에는 국내 5위 부동산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 지분 100%를 사들이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는 3402억원, 아시아신탁은 28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내년 두 회사가 신한지주 실적에 편입되면 KB금융과의 이익 차이는 1000억원대까지 좁혀질 전망이다.
외국계 자본의 유입도 신한지주에 호재였다. 지난 9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신한지주 지분율을 5.13%에서 6.13%까지 늘렸다. 지난달엔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전략적 투자자(SI)로 유치했다. KKR은 보유하고 있던 오렌지라이프 지분을 신한지주 주식으로 맞바꾸는 방식으로 신한지주 지분 3.55%가량을 취득할 예정이다. 신한지주는 KKR과 공동으로 최대 5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글로벌 M&A에도 나서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신한지주가 M&A를 통해 KB금융과 맞먹는 규모로 덩치를 키운 만큼 대장주 자리를 두고 당분간 두 종목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당장 2위로 내려앉은 KB금융이 조만간 배당 확대나 자사주 취득 등을 통해 그동안 약점으로 지목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한지주가 내년 순이익을 3조5000억원 이상으로 늘려 KB금융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오렌지라이프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아직까진 간발의 차로 KB금융이 펀더멘털(기초체력)상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