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진시황부터 FTA까지…제주 속 중국을 보다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는 불로초를 찾기 위해 서복(徐福)이라는 인물을 제주도로 보냈다. ‘서귀포(西歸浦)’라는 지명은 서복이 정방폭포에 ‘서불과지(徐市過之, 서복이 이곳을 지나가다)’라는 글을 새겨놓고 서쪽으로 돌아간 데서 유래한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13세기 최후까지 항전했던 삼별초를 쫓아 몽골 군사들이 제주도에 상륙하면서 제주도는 다시 중국과 조우한다. 그로부터 700년 후 제주와 중국은 다시 만났다. 제주의 풍광에 반한 중국인들이 관광을 오고 대규모 중국 자본의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섬 안의 대륙》은 ‘제주에 사는 중국 전문가’가 쓴 제주 속 중국 이야기다. 저자는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에 재학하던 중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 12년간 중국에 살았다. 푸단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 홍콩 총영사관 등에서 일한 그는 현재는 제주의 한 기업에 재직 중이다.

책은 오늘의 제주를 이해하기 위한 열쇳말로 중국을 파고든다. 제주와 중국의 과거 인연부터 중국계 자본의 투자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사회·문화적 측면까지 두루 다룬다. 무엇보다 제주도민의 시각에서 서술한 부분들이 눈길을 끈다.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의 씀씀이가 더 크다는 통계는 있지만 중국인의 관광은 중국 여행사에서 모객하고 중국인이 운영하는 호텔과 식당, 기념품점을 거쳐 돌아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민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김용민 지음, 글항아리, 368쪽, 1만8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