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시중은행이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의 경제적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풍문을 유포한 세력을 색출해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31일 밝혔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사이에 일명 ‘지라시’(증시 사설정보지) 등을 통해 허위 사실을 퍼트리는 행위를 적극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이날 참고자료를 내고 “미 재무부가 북한 송금과 연관된 국내 은행에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는 풍문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며 “유포 과정을 즉각 조사해 위법행위 적발 시 관련 절차를 거쳐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직접 금융거래를 하지 않아도 북한과 거래한 제3의 대상과 거래했을 때 적용되는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적 제재다.

전날 증권가에선 오는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미 재무부가 한국 국적의 은행 한 곳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외국인이 연일 대규모 매도에 나선 이유와 연기금이 팔짱만 끼고 있는 이유도 미국의 제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 포함됐다. 이런 내용의 지라시가 카톡과 메신저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시장 불안을 가중시켰다. 그 여파로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우리은행 등 은행주가 4~5% 급락했다.

금융위는 미 재무부의 국내 은행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례적으로 특정 지라시와 관련해 경고 메시지를 내보냈다. 시장 파급력이 큰 허위 사실인 데다 불필요한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1일 우리은행(2.27%) 기업은행(3.13%) 신한지주(0.47%) 등 은행주는 반등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나 풍문을 유포하는 행위는 금전적 이득이 없더라도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한다”며 “유포를 통해 이득을 얻었다면 부정 거래로 인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대처를 강화하고 있다. 유광렬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29일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틈을 탄 불법 공매도, 허위 사실 유포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