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교역조건이 10개월째 나빠지고 있다. 수출 가격에 비해 수입 가격의 오름세가 더 컸던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경기를 떠받혀왔던 수출마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버팀목' 수출마저…교역조건 10개월째 악화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9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을 보면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7.8% 하락한 94.64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1단위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 양을 의미하는 것으로 2010년 가격을 100으로 기준삼아 산출한다. 2010년에 100만원어치를 수출해 그 금액 가치만큼 수입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100만원어치를 수출하더라도 94만원어치만 수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출 물량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9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145.71로 지난 2월 128.8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가격뿐만 아니라 물량 변동까지 포함한 지표다. 이 지수가 낮아지는 건 교역의 가격 조건이 불리해졌을 뿐만 아니라 수출 물량 증가세도 꺾였다는 의미다.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오던 수출은 9월부터 심상치 않다. 9월 수출 물량과 가격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가파르게 감소했다.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153.96으로 5.2% 하락했다. 2016년 10월(-5.4%) 이후 1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수출금액지수는 139.95로 전년 동기 대비 2.3% 하락했다. 2016년 10월(-5.1%)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10월 들어서도 수출은 불안하다. 이달 20일까지 수출액(333억9000만달러)을 기준으로 하루평균 수출액을 따져보면 23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실적(26억5000만달러)보다 13.1% 적었다. 일별 수출물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올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