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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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해 내년 국·공립유치원을 1000학급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2020년 모든 유치원에 적용시키기로 했다.

25일 오전 교육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 협의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방안’을 확정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정 협의회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당초 예정이었던 국·공립유치원 500개 학급 신·증설 목표를 그 두 배 수준인 1000학급 신·증설로 조정하고, 예산을 추가 확보하겠다”며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인 국·공립유치원 40% 조기 달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애초 국·공립유치원 40% 달성의 목표시한을 오는 2022년으로 잡아두고 있었다. 이를 1년 앞당겼다는 게 교육부 측의 설명이다.

국가회계관리시스템 ‘에듀파인’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 2020년부터는 모든 유치원에 적용할 방침이다. 원아 200명 이상 대형 유치원 또는 희망 유치원에 내년 3월부터 에듀파인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법 개정 등을 통해 2020년 3월에는 모든 유치원에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한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다만 회계는 사용자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특히 영세유치원에는 회계, 급식 등 종합적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치원들의 집단폐업이나 원아모집 중단에 엄중 대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당정협의에 앞서 “ 어제 오후 늦게 한 사립유치원 단체 부산지회에서 일주일간 휴업하겠다고 했다가 번복하는 일이 있었다”며 “아이를 볼모로 학부모를 궁지로 몰고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하는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처하겠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고, 학부모랑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피해 입는 걸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개별 사립유치원의 일방적 원아모집 보류, 갑작스러운 폐업은 교육청의 행정처분, 경찰 고발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이런 것들은 현행 법률에서도 가능한 조치”라고 잘라 말했다.

당정은 신규모집 중단 또는 지연, 집단 휴업이나 폐원으로 유아교육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교육감이 운영개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도 손질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사립유치원의 법인화도 추진한다. 향후 신규설립하는 유치원은 설립주체를 법적 사인(私人)이 아니라 학교법인 또는 비영리법인만을 원칙으로 한다. 현행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와 달리 유치원은 법인이 아니어도 설립할 수 있다. 이미 있는 사립유치원도 법인화 전환을 유도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은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설립자 자격기준이 따로 없는 현행 유아교육법을 개정해 어린이집 수준으로 유치원 설립자 결격사유를 법에 명시할 예정이다.

또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고 교비 외 목적으로 사용을 처벌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책은 유치원 비리에 대한 학부모들의 분노가 들끓는 데 따른 후속대책이다.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교육부 국감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유치원 비리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3~2018년 전국 1878개 유치원에서 사립유치원을 중심으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적발 금액은 총 269억원에 달했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원장이 교비로 핸드백과 성인용품 등 개인 물품을 구입했다. 종교기관 헌금, 아파트 관리비 등을 교비에서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