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유럽 주요국은 여전히 의심…"정보 불충분" 진상 규명 압박
'카슈끄지 주먹다툼 중 사망' 사우디 발표에 美·아랍권만 호응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사망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암살이 아닌 우발적인 주먹 다툼 중에 숨졌다고 발표한 데 대해 사우디에 우호적인 미국과 일부 아랍권만 호응했다.

반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유럽 주요 정부는 의심을 거두지 않으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라고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는(사우디의 수사 결과는) 크고 바람직한 첫걸음"이라며 "사우디의 발표를 신뢰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미국이 이란에 맞서는 데 중요한 나라이며 미국의 무기를 사들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의 중동 내 맹방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를 비롯해 지부티, 예멘,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도 20일 사우디의 수사결과를 '정의'라고 옹호하면서 투명한 수사와 후속 조치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잇달아 냈다.

UAE와 바레인, 이집트는 지난해 6월 사우디가 주도한 카타르와의 단교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한 나라다.

역시 사우디가 주축인 이슬람협력기구(OIC)와 걸프협력회의(GCC)도 사우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자국 대사관에서 사망했다는 점까지 자인했지만 주요 유럽 국가들과 국제기구의 시선은 냉랭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일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번 사건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정보가 불충분한 만큼 카슈끄지의 사망과 관련한 상황에 대해 사우디의 투명성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카슈끄지의 사망은 끔찍한 일로, 책임자가 처벌받아야 한다"며 "사우디 정부의 발표와 우리의 다음 조처를 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23일 사우디에서 열리는 국제 경제회의인 미래투자이니셔티브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했고 스페인 정부는 "리야드에서 발표한 정보가 심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중동 지부는 성명을 내 "카슈끄지가 영사관 내에서 몸싸움 끝에 숨졌다는 사우디 정부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면서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의 시신을 즉각 공개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부검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투명한 조사를 요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카슈끄지 사망에 대한 신속하고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