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사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아니 오히려 어쩌면 그들은 그들이 가진 능력에 비해 과소평가받아왔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다같이 부를 수 있는 대중음악부터 연주곡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선도해왔던 음악적 진폭은 우리 가요계를 더욱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지난 30년동안 치열하게 음악을 해왔던 봄여름가을겨울이 자신들의 음악을 여러 뮤지션 및 아티스트들과 함께 정리하는 앨범을 발매했다. 이 앨범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가 '친구란 무엇인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올댓재즈에서 30주년 트리뷰트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발매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발걸음을 옮긴 김종진의 말을 통해 이번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 세 가지를 짚어봤다.

▲ 감출 수 없기에 너무나도 큰 전태관의 빈자리
이 날 김종진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다른 멤버인 전태관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그만큼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그는 "모든 대중음악가들은 자기 음악을 많이 들어주면 행복하다.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앨범이기때문에 더 그렇다. 이 프로젝트의 모든 수익금은 건강을 잃은 동료를 후원하는 게 목적이다. 첫번째로 우리 전태관씨를 후원하는 게 목적이다"라고 말하며 전태관을 언급했다.

이어 "저희는 대한민국 최초로 무언가를 이뤘다는 수식어를 많이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게 일한 기억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30주년을 돌아보니 전태관과 치열하게 일하고 다녔던 것들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같이 뭘 먹었는지만 기억나더라"라겨 추억을 전했다.

또한 "전태관씨가 맵고 단걸 엄청 좋아한다. 얼마 전에는 매운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사다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떡볶이 사다줬더니 너무 매워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후에 구토를 하고 삽관을 했다. 근데 정말 공연하면서 좋은 곳, 여러 곳을 다녀봤는데 그런 건 기억이 잘 안난다. 정말 사소하게 먹었던 음식들만 그렇게 기억에 남는다. 결국 먹고 살려고 음악했구나 싶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태관은 저랑 음악 시작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가 나중에 힘들어지더라도 결코 추한 모습을 대중에게 보이지 말자' 그것을 전태관은 지키고 있다. 추하다는 단어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신장암이 발병한지 6년됐고 그로부터 2년 뒤에 암이 어깨 뼈로 전이됐다. 그 이후 뇌, 머리, 척추 뼈, 골반 뼈로 계속 전이가 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암세포와 싸워서 한 번도 지지 않고 백전백승해왔다"고 전태관의 건강상태에 대해 언급했다.

아울러 "곁에서 바라보는 친구의 심정으로는 격투기 대회에 올려 보내는 스텝의 심정으로 돌보고 있었다. 정말 조마조마했다. 그러다가 이제 최근에 한 달 전에 어깨 뼈를 인공관절로 바꿨는데 그 옆으로 암세포가 다시 전이가 됐더라. 수술하러 들어갔다가 수술을 못했다. 의사가 수술을 시켜주지 않더라. 주변에 암환자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알 거다. 치명적인 상황이었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끝으로 "그때 입원해서 아직 퇴원을 못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매우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겨낼 거라고 믿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 "발 딛는 모든 땅이 무대" 김종진의 변화
김종진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음악적 철학관에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김종진은 "저는 그동안 타인을 방어하고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 봤었다. 특히 뮤지션들이 좋은 차 타고 좋은 곳에서 자기 자신만을 위해 음악을 한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그게 아니더라. 내가 잘못 생각했다. 뮤지션들이 자신만을 위해 음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음악을 한다"고 전한 것이다.

이어 "앞으로 30년 음악을 더 할 수 있다면 지난 30년과는 다르게 하고 싶다. 과거에 내가 너무 좋은 음악을 하려고 치열하게 작업했다. 그래서 주변 음악가들을 힘들게 했던 시간이 길다.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그렇게 안살고 그냥 더 놀면서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에는 무대 위에만 올라가야만 음악이라고 생각했고 갖춰진 무대에서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발 딛는 모든 땅이 다 무대였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건 음악을 하다가 떠나면 그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앨범은 낸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두 글자로 하면 '감사'다. 일곱글자로 하면 '감사 감사 감감사'다. 사실 저는 1962년 생 뮤지션이다. 정말 안타까운건 1962년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뮤지션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남은 뮤지션은 저 하나 밖에 없다. 그래서 감사를 그렇게 외친다. 한국에서 뮤지션으로 살아간다는 게 그만큼 힘들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전태관씨와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태관씨하고 저는 사람들이 친구이면서 동시에 직장 동료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결국은 '친구'…이번에도 함께해준 동료들
봄여름가을겨울의 이번 30주년 트리뷰트 앨범 제목은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다. 지난 30년 음악생활에 대한 소회와 전태관에 대한 애정을 '친구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정리한 것이다. 그러면서 다양한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이번 앨범에는 오혁-이인우, 윤도현-정재일, 10cm-험버트, 황정민-함춘호, 윤종신-최원혁·강호정, 장기하-얼굴들 전일준, 데이식스-차일훈, 어반자카파-에코브릿지, 이루마-대니정 등이 참여했으며 12월 초까지 순차적으로 음악을 선보인다.

이날 김종진은 "올해가 정확히 데뷔 30주년이다. 동료 아티스트들이 많이 참여해줬다. 독특한 것은 뮤지션과 보컬리스트의 콜라보라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보컬리스트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연주곡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김종진은 "정해진 순서는 없다. 여러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12월에 앨범이 발매되는데 스페셜 트랙이 추가될 예정. 특이한 점은 CD와 카세트 테이프로 구성됐다"고 했다.

황정민 참여에 대해 "마지막 곡에 어울리는 뮤지션이 없더라. 그때 스태프 중 한 명이 황정민을 추천했다. '내 품에 안겨'를 부르고 싶다고 황정민이 전화가 왔다. 그래서 황정민만이 부를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 논의했다"고 했다.

특히 19일 발표된 타이틀곡은 감성 보이스 밴드 혁오의 멤버 오혁과 드러머 이인우가 맡았다. 1989년 발표한 정규 2집 앨범 수록곡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을 특유의 색깔로 재해석한 것이다. 미국 출신 보컬리스트 제이 마리가 피처링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잭스윙 버전까지 준비했다.

김종진은 이 날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때로는 활기차게, 또 때로는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중간중간 눈물을 흘려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가 지난 30년의 음악생활을 정리하면서 봄여름가을겨울 팬들에게 던진 화두는 결국 '친구'였다. 순차적으로 발매될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 곁에 있는 친구를 되돌아 보는 건 어떨까.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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