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코리아가 북미형 파사트로 출시한 파사트 TSI는 지난 9월 국내에서 1912대 팔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폭스바겐 홈페이지)
폭스바겐코리아가 북미형 파사트로 출시한 파사트 TSI는 지난 9월 국내에서 1912대 팔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폭스바겐 홈페이지)
수입차 성장을 주도해오던 디젤 승용차 시대가 저물고 있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 충격을 준 BMW 화재 사태 이후로 디젤 세단 위상이 점차 위축되는 분위기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디젤 명성이 자자했던 폭스바겐 파사트,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등 수입 디젤 인기 차종은 하반기 들어 가솔린 모델이 압도적으로 팔리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세단 인기를 상징하던 이들 차종은 지난달 대부분 가솔린 모델이 팔렸다. 차종별 9월 신규 등록대수를 보면 파사트는 가솔린 파사트 2.0 TSI가 1912대, 디젤 파사트 GT는 33대 각각 팔렸다. 5시리즈는 가솔린 520, 530 등이 849대 팔린 반면 디젤 520d, 530d는 316대로 가솔린 비중이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월 평균 1000대 이상 등록대수를 자랑하던 520d(4륜구동 포함)는 8월 177대, 9월 306대로 엔진룸 화재 이후 판매 열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벤츠 E클래스의 경우 가솔린 E300(4륜구동 포함) 625대, 디젤 220d는 43대를 기록했다.

디젤 승용차 인기를 등에 업고 수입차 시장의 지배력을 높여왔던 독일차 업체들의 주력 차종이 가솔린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은 지난 10년간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다.

9월 수입차 시장에선 디젤 등록대수가 4530대로 점유율 26%에 그쳐 2010년(25.4%)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신차 4대 중 디젤은 1대 꼴로 쪼그라든 것이다. 반면 가솔린 등록은 1만1187대(65%)로 8년 만에 최고치이자 올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단일 모델 상위 10위내 무려 8개가 가솔린 모델이었다.

디젤 승용차는 2012년 점유율 50%를 넘어선 이후 지난해까지 가솔린 세단을 압도했지만 올들어선 가솔린 승용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1~9월 누적 판매량은 디젤차가 8만6841대로 가솔린차(9만2667대)에 올들어 처음으로 뒤졌다.

수입 디젤 세단이 최근 주춤해진 배경은 독일차 메이커의 물량 부족 여파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럽차 제조사들은 올 12월부터 더욱 엄격해진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 인증을 받아야 신차를 판매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폭스바겐 파사트GT, 벤츠 E220d 등은 물량이 적어 가솔린 모델이 상대적으로 많이 팔렸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아우디 폭스바겐 관계자는 "A4, A6, 티구안 등 주력 디젤 모델이 새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인증 대기중인 신차들이 많아 연말까진 수입 디젤 세단의 수요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인증을 받고 정상 판매에 나서면 소비자들이 성능과 효율 면에서 장점을 지닌 디젤 세단을 가솔린보다 더 선호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박재용 이화여대 연구교수(자동차 평론가)는 "BMW 화재 이슈로 당분간 수입 디젤차 판매가 주춤해질 순 있겠으나 정부의 새 인증이 통과되고 정상적인 판매 궤도에 올라서면 디젤 승용 점유율이 여전히 가솔린보다 우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