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고교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 술자리 모임에서 노래를 보르고 있다./사진=박용진 의원실 제공
서울 A고교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 술자리 모임에서 노래를 보르고 있다./사진=박용진 의원실 제공
국내 유명 아이돌들이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술자리 모임에 20여차례나 동원한 사실이 공개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이돌사관학교라 불리는 서울 A고교에서 학생들을 술자리 모임에 자주 동원하며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 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15일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교육청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이 지난달 한 제보자로부터 건네받은 자료에 따르면 A 고등학교 교장과 행정실장은 실습 및 경험을 빌미로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행정실장이 졸업한 학교 동문회 등 26건의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했다.

학생들은 미성년자임에도 모 보험회사 만찬회 등 술자리에도 동원됐다. 제보자는 "학생들의 공연으로 감상하는 게 아니라 축제하는 듯 자기끼리 술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공연을 시켰다"며 "공연으로 (우리를) 보는 게 아니라, 완전 축제하는 듯이 자기들끼리 술 마시고 술 취한 사람들이 다반수인 상태에서 공연을 시켰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또 "교장이 '(보컬전공 친구들에게) 학생들이 부르고 싶은 노래 부르면 어른들이 좋아하지 않으니 바꿔라'라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공연에 사례비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으나, 학교 측은 공연에 참석한 아이들에게 사례비를 나눠준 적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 해외공연에 학생들을 동원하면서도, 학생들 사비로 참석케 했다. 올해 6월 20일부터 23일 3일간 오키나와 투어 및 방문공연에 학생들을 동원하면서 입장객 300명에게 1만5000원 가량의 입장료를 받았지만, 학생들이 자비로 차비, 의상비를 부담했다. 입장수입료에 대한 정산은 없었다는 것이 제보자의 주장이다.

행사 동원으로 학생들의 학습권도 침해됐다. 학교장은 공연준비를 빌미로 일반 수업은 물론 실기수업까지 빠지게 하는 것이 빈번했다는 것. 이와 같이 학생들을 동원하면서 학교장은 가정통신문을 발송한 적이 없으며, 학교장이 학생들을 1대1로 만나 공연에 동원하도록 했다고 박용진 의원은 설명했다.

해당 고등학교는 아이돌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일명 '아이돌 사관학교'라 불리는 곳. 노란색 A 학교 교복을 입은 아이돌들의 사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지, 설리, 레드벨벳 슬기, 조이, 엑소 세훈, 카이, 방탄소년단 정국, 에이핑크 손나은, 걸스데이 혜리, 여자친구 예린, 신비, 유주, 엄지, 은하, 허영지 등도 A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재학생으로 활동 중인 아이돌도 10여명 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