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딱, 한잔' 분위기로 먹는 다치노미…하몽에 샴페인, '클럽 바'로 진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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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글쓰는 셰프 박찬일의 세계 음식여행 - 일본 선술집 다치노미
다치노미의 진화
'불황기의 아이콘' 이었지만
日 경기 호조에도 꾸준히 증가
서서 마셔 회전 빨라…2차에 제격
하룻밤에 여러곳 즐기는 하시고자케도
청주 한잔에 2백~3백엔 "싸다, 싸"
계산할땐 동전으로 술값 내는 관습도
글쓰는 셰프 박찬일의 세계 음식여행 - 일본 선술집 다치노미
다치노미의 진화
'불황기의 아이콘' 이었지만
日 경기 호조에도 꾸준히 증가
서서 마셔 회전 빨라…2차에 제격
하룻밤에 여러곳 즐기는 하시고자케도
청주 한잔에 2백~3백엔 "싸다, 싸"
계산할땐 동전으로 술값 내는 관습도
서부시대의 바와 같은 다치노미
술집 골목은 다치노미가 번식(?)하기 좋은 곳이다. 이런저런 술집에서 마시고는 ‘딱 한 잔 더’ 마시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일행과 헤어져 쓱 들어가 선 채로 마시면 된다. 다치노미는 요즘 일본에서 다시 크게 유행하고 있다. 1990년대 거품이 꺼지고 불황이 오면서 다치노미가 도쿄, 오사카 등지에서 크게 성행했다. 주머니돈이 없고, 회식 문화가 줄어들면서 싸게 한잔 마실 곳이 필요했다.
클럽 같은 분위기의 다치노미, 젊은이에게 인기
를 만들어내는 곳이 많다. 그러니 손님도 그런 부부의 스타일과 비슷한 오지상이 오게 마련이다. 안주도 과거의 뻔한 메뉴에서 벗어나서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것들이 잘 팔린다. 특히 서양식 다치노미, 즉 스탠딩 바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주 많아졌다. 하몽을 즉석에서 쓱쓱 썰어 팔고, 나마비루(생맥주) 대신 샴페인을 멋지게 들고 마시는 세련된 도시 남녀들의 사교장 분위기가 난다. 안주도 대개는 서양식,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식이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적은 양의 스테이크, 크로켓, 타파스 등이 주요 안주다. 흥미로운 건 일본의 다치노미라는 정체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계절마다 일본식 안주가 늘 있다. 여름에는 전통적으로 먹는 물가지소금절임, 겨울에는 작은 냄비요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딱 한 잔에 안주 한 개만 시켜도 굿. 게다가 값이 말도 못하게 싸다. 청주 한 잔이 200~300엔(약 2000~3000원), 요새 인기 있는 하이볼(위스키에 탄산수를 탄 것)이 400엔 정도, 생맥주도 300~400엔. 앉아 마시는 가게보다 30~40% 싸다. 안주도 양은 적지만 맛과 재료가 충실한 집이 많고 가격도 보통 300~500엔대다. 이런 식으로 서너 집을 다녀도 1인당 3000~4000엔이면 충분하다.
동전으로 계산하고 혼자 마시는 이들 많아
“다치노미의 멋이랄까, 다들 개의치 않아요. 미리 각오를 하고 온다니까요.”(야마다 시게오·38)
다치노미는 동전으로 술값을 치르는 오랜 관습이 있다. 물론 상징적이며, 지금은 필수적인 건 아니다. 일본의 최고액 동전은 500엔. 2개면 우리 돈으로 1만원 정도. 술 두 잔에 안주 두 개를 먹으면 더러 거스름돈을 받는다. 일본의 안주류는 양이 적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대목이다. 다치노미의 유행 중에 히토리노미라는 게 있다. 다치노미집을 소개하는 잡지기사에는 특별한 항목이 있는데 ‘혼자 마시는 사람의 비율’이다. 그것이 다치노미의 어떤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 7~8할에 육박하는 집도 있다. 대개 오래된 집이고 손님층도 장년층이 많다. 이런 집에 가면 거의 수도(?)나 명상하는 분위기다. 각자 술잔과 안주를 놓고 상념에 빠져 있다. 입심 좋은 주인이 아닌 경우에는 정말 가게가 고요하다. 라디오에서 야구 중계라도 나오지 않으면 침묵 속에 기도하는 종교시설 같다는 착각도 불러온다.
한국에서도 일제강점기에 선술집 유행하기도
혼자 마시기와 함께 다치노미의 중요한 컨셉트가 하나 있다. 바로 낮술이다. 낮에 쉴 수 있는 직종이라든가 노년층이 주로 애용한다. 시내보다는 동네 거점(역 앞)에 있는 다치노미가 주로 낮술을 판다. 일본인은 낮술을 상당히 좋아하는 듯하다. 낮에 마시는 술은 남다른 스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후쿠시마역(방사능이 터진 후쿠시마현이 아니라 오사카시의 한 지역) 앞 ‘토라야’라는 다치노미. 고노 요이치 씨(45)는 낮술을 즐기러 이곳에 종종 온다. 휴무인 날의 늦은 오후, 150엔짜리 안주에 싸구려 청주를 데워 마시면서 술과 안주에 몰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완벽한 자유를 만끽하는 것입니다. 아, 물론 이때 모이는 사람들은 다 안면이 있어서 진짜 자유가 아닐 수 있습니다만.(웃음)”
원래 다치노미의 유행은 주류상과 관련이 있다. 주류 도매상이 옆문을 하나 터서 가게 안에 술을 파는 자리를 마련하고 영업한 것이 시초. 일본에서는 이런 식으로 영업 허가가 가능하다. 이때 탁자는 청주나 맥주 상자를 쌓아서 마련하는 게 보통. 술안주는 봉지에 나오는 제품이나 캔을 썼다. 지금도 그렇게 하는 집이 많다. 이런 형태를 가쿠우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원은 알 수 없는데, 아마도 술 상자의 모서리에 각이 져 있어서 그런 풍경을 묘사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가쿠우치는 다치노미 중에서도 가장 저렴하고 분위기가 소박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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