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최저임금 인상 폭 너무 커
자영업자 어려운 것도 이 때문
美·中 무역전쟁, 韓 경제 위협
정부가 시민단체 눈치보며
모든 일에 개입하는 건 더 위험
최승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 필요 이상 정책 쏟아내며
사회 혼란·부작용만 키워
최저임금 등 행정자료 공개
경제정책 영향 평가 받아야
성장위해 고급인력 육성 필요
“정부는 규제 완화 등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최승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제37회 다산경제학상’을 받은 전병헌 교수와 ‘제7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은 최승주 교수는 1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다산 정약용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기리고 경제 연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제정된 두 상은 국내 경제학자에게 수여되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정부 과도한 정책이 문제”
강단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두 경제학자의 눈에도 한국 경제 상황은 심상치 않았다. 정부 정책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컸다. 전 교수는 악화되는 고용지표와 관련,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영향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최저임금 인상) 방향이 맞더라도 폭이 너무 큰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빠진 것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라는 게 전 교수의 분석이다.
최 교수도 고용 악화와 관련해 “생산가능인구 감소만으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쪼그라든 것을 모두 설명할 순 없다”며 “정부가 임금 등 시장의 가격구조에 직접 개입한 데 따른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꼽았다. 그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선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무역환경 악화가 매우 큰 위협”이라며 “무역전쟁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으로 나서는 것은 더 위험하다는 게 두 경제학자의 지적이다. 전 교수는 “정부가 시민단체 눈치를 보며 자기 책임도 아닌 일까지 손을 대고 있다”며 “정부가 무엇이든 주도해서 하려고 나서면 부작용만 커진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필요 이상의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 위해 규제완화 가장 시급”
전 교수는 경제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규제 완화를 꼽았다. 그는 “각종 인허가 등 너무 많은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는 규제를 풀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성장한 것도 생사를 건 기업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전 교수는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도 경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대립적인 노사관계에 정부가 끼어들어 한쪽 편을 들면서 파괴적 관계를 부추기고 있다”며 “정부는 노사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게임이론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정보의 비대칭성 극복을 통한 최적의 협상에 대한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다산경제학상을 받았다.
최 교수는 정부가 중장기 성장을 위한 인적자본 축적에 힘을 쏟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인적자본의 평균 수준은 미국보다 높지만 (인적자본의) 분포를 보면 평균에 몰려 있다”며 “고급 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평준화 교육에 치우쳐 상위 1%를 키우는 데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인적자본 축적을 위해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정부가 보유한 행정자료를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전향적으로 데이터를 공개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경제정책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실험 및 행태경제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인간의 합리성 정도를 실험경제학 방법을 통해 계측하고 그 결과를 경제적 성과와 연결하는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을 수상했다.
◆“북한 주민, 균등 배분 의식 강해”
두 경제학자는 남북한 경제협력을 둘러싼 기대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해선 시장경제에 대한 북한의 인식 수준을 높이는 게 먼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보면 균등 배분에 대한 의식이 강해 시장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행위에 관한 이해가 떨어진다”며 “시장경제 이해도를 높이도록 돕는 것이 갈등을 줄이고 우리에게도 더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도 “독일 통일 사례를 보면 동독 주민들이 통일 전 서독 경제생활에 대한 이해가 높았던 점이 빠른 화합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