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노후자금 650조원의 운용을 총괄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 사장이 선임됐다.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돌연 사임한 이후 1년3개월째 지속되던 최고투자책임자(CIO) 공석 사태는 이로써 마무리됐다.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는 “국민연금의 성격과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는 내부 출신이 선임돼 조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크게 악화된 수익률을 방어하고, 더 이상의 인력 이탈을 막는 등 새 본부장에게 주어진 과제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1%대로 추락한 국민연금 수익률 높여라"…특명 받은 안효준 신임 기금운용본부장
◆첫 과제는 ‘수익률 방어’

올 들어 7월 말까지 국민연금 수익률은 1.39%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 7.26%는 물론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수익률 5.61%에 비해서도 크게 저조한 성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상황 악화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월부터 7월까지 약 7% 하락하면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서만 약 8조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시장 부진이 수익률 하락의 주된 원인이지만 CIO가 장기간 공석인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7월까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은 목표수익률(벤치마크)보다 0.69%포인트나 낮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수익률이 지수보다 저조한 건 종목별·유형별 배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CIO의 결단이 필요한데 장기간 공백으로 문제가 방치돼 왔다”고 말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 대체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도 새 본부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중기자산배분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의 대체 투자 비중 목표치는 12.5%이지만 7월 말까지 실적은 10.9%에 불과했다. 해외 헤지펀드 투자 확대 등 CIO가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 지연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투자 업계 분석이다.

◆추가 인재 이탈도 막아야

신임 본부장은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특검의 후폭풍과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전주 이전 등으로 크게 위축된 조직 분위기를 다잡아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지난해 2월부터 지난 9월까지 퇴사한 기금운용직은 총 41명에 달한다. 특히 해외증권실장, 해외대체실장, 국내대체실장, 국내주식실장 등 주요 실장들이 잇따라 사표를 던지거나 해임됐다. 해외대체실장은 내부에서 승진 발탁했지만, 나머지 실장 자리는 아직 팀장들이 직무대리로 맡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이면 운용자산 규모가 700조원을 넘어서는데 기금운용본부 분위기는 사상 최악”이라며 “운용직들에 대한 처우와 보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지 않으면 추가 이탈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내부 출신이 본부장에 선임되면서 운용직 인력들이 ‘말이 통하는 CIO가 온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확보 시급

CIO가 없는 지난 1년3개월간 국민연금 기금운용 시스템은 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가 도입된 게 대표적이다. 이달 초에는 기금운용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개편 계획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기금운용본부장 위상이 낮아졌다는 게 투자 업계의 평가다. 앞으로 의결권 행사 등을 결정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기금운용본부장이 포함되지 않은 게 컸다. 이 위원회 간사는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맡는다.

상설화되는 기금운용위원회 사무국도 복지부 산하에 설치되고 국장은 복지부 공무원이 맡는다. 기금운용본부 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까닭이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된 변화지만 오히려 독립성 훼손이 걱정된다”며 “신임 본부장이 국회, 복지부 등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기금운용본부의 위상을 지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