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중소기업 에스티아이 서태일 대표(가운데)가 한국무역협회가 선정한 제112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강승구 한빛회(무역인상 수상자 모임) 회장, 서 대표,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  /무역협회 제공
대구의 중소기업 에스티아이 서태일 대표(가운데)가 한국무역협회가 선정한 제112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강승구 한빛회(무역인상 수상자 모임) 회장, 서 대표,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 /무역협회 제공
대구 달성군에 본사를 둔 광섬유 모재(母材) 설비 제조업체 에스티아이는 최근 3년간 해외 매출 비중이 97%를 웃돌았다. 유리로 이뤄진 광섬유 모재는 5G(5세대) 이동통신의 근간을 이루는 광섬유의 핵심 재료다. 서태일 에스티아이 대표(55)는 한때 납품하는 대기업 자회사가 해외에 매각되면서 수주가 끊기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신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서 대표는 “글로벌 1등 제품을 고집한 결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광섬유를 기반으로 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기업)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섬유 모재 생산설비’ 원스톱 생산

복사기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서 대표는 20대 후반인 1989년 회사를 설립했다. 업종은 금형을 열처리하는 전기로 관련 분야였다. 30년 가까이 사업을 하면서 네 번의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시련이 언젠가 기회가 된다’는 생각으로 매번 다시 일어섰다. 2004년 이름의 첫 글자(이니셜)를 따 에스티아이를 설립하고 2007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2008년 대기업에 광섬유 모재 관련 설비인 전기로를 공급하고 2010년에는 수출 계약도 맺었다. 하지만 2014년 대기업이 광소재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했다. 협력사들이 사업을 접거나 업종을 전환했다. 에스티아이도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았다. 2013년 103억원이던 매출은 2015년 32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서태일 에스티아이 대표, 수출 비중 97%… 광섬유 유니콘기업 꿈꾼다
서 대표는 ‘광섬유 모재 생산설비’ 전체를 원스톱으로 공급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미국 일본 핀란드의 세계적 기업만이 보유한 기술이었다. 이를 위해 매각된 대기업 자회사 임원과 협력업체 기술자 등 10여 명을 영입하고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정부의 ‘광섬유 모재 생산시스템’ 등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며 기술력을 높여 2016년 생산설비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광섬유 업체들은 모재를 생산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구매를 꺼렸다. 서 대표는 그동안 번 돈 100억원가량을 투입해 양산 공장을 세웠다. 이곳에서 제품 생산능력을 입증했다. 중국에 이어 인도 기업이 설비를 도입, 수출 길도 다시 열렸다. 그해 매출이 189억원으로 반등하고 지난해는 477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9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서 대표는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덕분에 광섬유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유럽과 미국은 물론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의 광섬유 업체들과 광섬유 모재 생산설비 판매를 협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2022년 매출 1조원 목표

서 대표는 광섬유와 관련한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R&D센터에서는 광섬유 모재 굵기가 기존보다 20파이(π) 더 큰 150파이 제품을 개발했다. 광섬유를 더 길게 뽑아낼 수 있어 효율이 좋다고 서 대표는 설명했다. R&D 인력을 확충하고 투자를 지속한 결과다. 지난해 직원 59명 중 21명이었던 연구 인력이 올해는 직원 100명 중 40여 명으로 늘어났다.

서 대표는 내년 말까지 일반 광섬유보다 5배가량 비싼 특수 광섬유를 생산하는 자회사도 설립할 계획이다. 일반 광섬유가 광케이블 형태로 땅속에 깔린다면 실처럼 묶을 수 있는 특수 광섬유는 IoT 통신이 원활하도록 가정에 설치되는 인프라다.

서 대표의 꿈은 매출 1조원 기업을 세우는 것이다. 서 대표는 “광섬유 수요는 무궁무진하다”며 “2022년까지 매출 1조원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