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27일 혈액제제의 미국 판매허가 불발 소식에 급락했다. 증권사들은 이익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췄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녹십자는 2만7500원(13.61%) 내린 17만4500원에 마감했다. 최근 이 회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IVIG-SN)에 대한 2차 최종보완요구공문(CRL) 통지를 받았다는 소식이 증권사 리포트를 통해 전해지면서 매물이 쏟아졌다. 2016년 11월 FDA로부터 CRL을 수령해 2년여간 보완자료를 준비했지만 FDA는 여전히 내용이 부족하다고 판단, 승인을 거절했다. 녹십자 측은 “IVIG-SN의 배치(생산시설) 프로세스와 관련해 보완 요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IVIG-SN은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에 쓰이는 대표적 혈액제제다.

FDA 승인 후 연말께 미국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치를 낮췄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목표주가를 24만원에서 22만원으로 낮추고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꿨다. 이 증권사 구완성 연구원은 “IVIG-SN 미국 허가가 빨라도 내년 2분기께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KTB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25만원에서 23만원으로 내렸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연구개발(R&D)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전망”이라며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5%, 8%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FDA가 혈액제제 자체의 안전성을 문제삼은 게 아니라 생산 프로세스 보완을 요구한 만큼 잠재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캐나다 혈액제제 공장에 2200억원을 투입한 녹십자로선 회사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라며 “투자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