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의 완퉁기술직업학교에서 신입생들이 강사로부터 스마트폰 부품의 위치와 기능을 교육받고 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중국 선전의 완퉁기술직업학교에서 신입생들이 강사로부터 스마트폰 부품의 위치와 기능을 교육받고 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기자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가 7월 말 산산이 깨졌다. 하단부의 글자도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수리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통신사 약정이 있긴 했지만 무료로 받은 스마트폰 수리에 10만원 안팎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맡기면 수리가 끝날 때까지 3~5일 걸리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이런 스마트폰을 ‘심폐소생’시킨 것은 지난달 중국 선전의 전자매장에서였다. 매장 안 곳곳에 있는 수리 기사들은 디스플레이 수리 비용으로 150위안(약 2만4000원)을 제시했다. 수리 시간도 20분 남짓. 매장을 한 바퀴 돌고 들어오자 모든 작업이 끝나 있었다. 수리 기사는 “스마트폰 수리 학원에서 배운 기술에 개인적인 노하우를 조금 더했다”며 웃었다. 스마트폰 부품 기업이 밀집해 있는 선전 일대의 스마트폰 수리 생태계가 궁금했다. 지난 21일 세계 최대 스마트폰 수리학원인 완퉁기술직업학교를 찾은 이유다.

◆수리 기술에도 R&D가

스마트폰 액정 수리비가 2만4000원… 中 선전 전자매장의 비결은
완퉁기술직업학원은 아이폰이 처음 세상에 나온 2008년 말 설립됐다. 학원 관계자는 “아이폰을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본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모으다 보니 여기저기서 휴대폰과 관련된 ‘고수’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이 제품 수리를 위한 학원을 차렸다. 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학생은 중국에만 5000여 명, 해외까지 합하면 6000명이 넘는다. 수리 교사 등 학원에서 일하는 직원은 160여 명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세계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매년 한 단계 기술력이 높은 제품을 내놓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새 스마트폰 제품이 나올 때마다 폭스콘 등 스마트폰 부품 제조업체 출신으로 구성된 5명의 연구진이 구조와 수리 방법을 한 달간에 걸쳐 분석한다. 이렇게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수리 방법을 담은 교재와 전용 공구까지 만들어 학원 졸업생을 비롯한 세계 각지 수요처에 보급한다. 창업 당시부터 교육을 맡았다는 상둥밍 원장은 “중국은 물론 세계 각지의 스마트폰 수리공들이 수리에 어려움을 느끼면 다시 학원에 문의한다”며 “스마트폰 유지·보수를 위한 각종 노하우가 축적되며 일종의 빅데이터를 형성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될 때마다 학원 관계자들도 긴장한다. 지난해부터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장착한 스마트폰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여기에 대한 수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가장 어려웠던 과제는 2012년 출시된 아이폰5였다. 당시 애플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위치와 주위 회로 구조를 완전히 바꾸면서 수리 방법도 복잡해진 것이다. 학원 연구자들은 “앱 자체가 파괴되지 않는 한 스마트폰을 살릴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며칠에 걸쳐 밤을 새우며 수리 방법을 개발했다.

◆프랑스 리옹까지 입소문

선전에는 완퉁학원을 비롯해 10여 곳의 스마트폰 수리 학원이 있다. 스마트폰 부품 제조사가 밀집해 있는 선전 주변의 하드웨어 생태계가 큰 역할을 한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10배 규모인 화창베이에서 수리에 필요한 각종 전자부품을 조달한다. 선전 교외의 중소 공장에서는 각 스마트폰에 맞는 맞춤 수리 장비도 손쉽게 제조할 수 있다. 학원들은 한국 업체 두 곳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부품과 수리 장비를 공급한다.

수강료는 30명 정원인 한 반을 기준으로 1인당 8000위안이다. 중국의 대졸 초임 월급이 6000위안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돈이지만 평생 먹고 살 기술을 배운다는 점에서 비싸다고 하기 힘들다. 2만~3만위안을 지급하면 1인 개인 교습 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3개월인 정규 과정과 달리 2~3주 만에 속성으로 기술을 배울 수도 있다. 유튜브 등을 통해 학원을 알게 된 해외 스마트폰 수리업자가 단기간에 기술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강한다. 프랑스 리옹에서 스마트폰을 수리하는 임마누엘은 이메일을 통해 “혼자서는 알기 힘들었던 각종 기술들을 한번에 습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완퉁학원은 이 같은 스마트폰 수리사업을 해외로 확장할 계획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도록 학원 이름을 ‘REWA’라는 영문 약자로 바꿨다. 내년부터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지에 해외 분점을 설치할 계획이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인도에서는 한 해 수십 명의 수강생이 유학을 오는 등 강습 수요가 많다. 해외 사업을 맡고 있는 덩민 본부장은 “한국의 모 전자유통업체에서도 4명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수리 방법을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돌아갔다”며 “선전의 부품 생태계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해외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