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가서도 한국 요금 그대로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세요.”

통신업체들이 비용 부담을 낮춘 휴대폰 해외 로밍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통신사 간 새 요금제 경쟁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로밍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통신사의 해외 로밍 상품은 국내서 쓰던 휴대폰을 그대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대체로 음성, 데이터 통화 요금이 비쌌다. 요금 부담을 낮추려는 사람들은 번거롭더라도 현지 통신업체의 USIM(가입자인증모듈)에 가입하거나 무선랜 기반의 ‘포켓 와이파이’를 빌려 썼다. 거품을 뺀 통신업체들의 로밍 상품이 소비자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SK텔레콤 ‘T괌·사이판 패스’
SK텔레콤 ‘T괌·사이판 패스’
SK텔레콤은 19일부터 괌과 사이판에서 국내 이용 중인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를 그대로 쓸 수 있는 ‘T괌·사이판패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별도 서비스 가입 없이 괌과 사이판에서 한국에서 가입한 요금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국내에서 ‘T플랜 라지’ 요금제에 가입해 월 데이터 100기가바이트(GB)를 사용하고 있다면 괌과 사이판에서도 똑같이 쓸 수 있다. 기본 제공량을 소진해도 초당 400킬로비트(Kbps) 속도로 추가 요금 없이 이용 가능하다. SK텔레콤은 괌·사이판 로밍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6월 이 지역 통신사 IT&E에 약 35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이 회사는 사이판 이동통신 시장 1위며 괌·사이판 전체 기준으로는 도코모퍼시픽, GTA 등과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괌·사이판관광청에 따르면 이 지역 한국인 관광객 수는 연간 100만 명으로 전체 관광객 중 한국인 비중이 가장 높다.

SK텔레콤은 3월 ‘자동안심 T로밍’ 서비스도 도입했다. 별도 가입 절차 없이 해외에서 매일 3분씩 무료로 통화할 수 있다. 음성은 물론 영상통화도 포함된다. 3분을 넘겼을 경우 9분까지는 사용량에 따라 과금되고 10분부터 30분까지는 1만원이 정액 과금된다. 음성로밍요금이 비싼 나라에선 10분 내 1만원을 넘겨도 1만원만 과금된다.

KT ‘로밍 온(ON)’
KT ‘로밍 온(ON)’
KT는 18일부터 해외에서도 국내 음성통화 요금과 똑같이 초당 1.98원을 적용하는 ‘로밍 온(ON)’ 요금제 대상 국가를 필리핀, 말레이시아, 마카오로 확대했다. 5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로밍온 요금제는 대상 국가가 베트남, 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괌, 사이판 등 총 16개국으로 늘었다. KT 가입자는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해외에서 국내 통화료가 자동으로 적용된다. 기존 해외 음성통화는 전화를 하거나 받을 때 요금이 달라 혼란스러웠지만 로밍 온 요금제는 수발신에 관계없이 초당 1.98원 요금에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 중국, 일본에 여행 가서 국내로 전화를 걸 때 과거에는 10분에 5500~2만4000원의 요금이 나왔지만 로밍 온 도입 후에는 10분에 1200원 정도만 내면 된다. 기존 요금 대비 최대 95% 저렴해졌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KT는 초당 200kbps 속도로 해외에서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데이터로밍 하루종일 톡’ 1일 이용요금도 7700원에서 3300원으로 낮췄다.

LG유플러스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로밍 요금제’
LG유플러스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로밍 요금제’
LG유플러스는 5월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로밍 요금제’를 내놨다. 중국 일본 미국 등 37개국에서 하루 1만3200원으로 모바일 데이터와 테더링(데이터 함께 쓰기)을 무제한 쓸 수 있다. 통신사들의 기존 무제한 상품은 하루 200~300메가바이트(MB)의 데이터를 쓰고 나면 속도를 제한했다. LG유플러스의 새 요금제는 데이터 용량과 속도 제한이 없어 서비스 이용자의 휴대폰 데이터를 가족, 친구 등 동행자가 함께 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