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공동선언 합의하자 미국이 환영의사를 표시하면서 북미 외교채널이 열림에 따라 다음 주 유엔총회가 향후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의 중심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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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번 뉴욕총회를 북미협상 재개를 위한 촉매제로 활용하려고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반기며 협상에 즉시 나서겠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남북 정상을 향해 "성공적 회담 결과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한다"면서 북미 간 협상 재개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가능한 한 빨리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측 대표가 회동할 것을 북측에 요청했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다음 주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북측 리용호 외무상 간 회담도 제안했다.

북미가 '뉴욕 회담'에서 향후 협상의 방향과 틀에 합의하면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실무적 성격의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핵·미사일 관련 시설 신고 등을 비롯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북한은 종전선언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왔다.

이런 상황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폐기하고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북측이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다는 '9월 평양공동선언'의 내용이 북미간 협상 재개의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총회를 무대로 한 북핵 외교전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24일 뉴욕 회동에서부터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미 간 협상 촉진을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에서 남북 정상이 공동선언과 기자회견에서 공개하지 않은 '플러스 알파' 형식의 대미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남북정상이 공식 발표된 내용 외에도 더 많은 비핵화 관련 논의를 했다”고 말한, 이른바 ‘플러스 알파’도 뉴욕회동 등을 통해 하나둘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만남의 결과는 이튿날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문에 반영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 한국에서 아주 좋은 소식(a very good news)이 있다"고 환영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곧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 등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북미 간 긴장이 극도로 격화됐던 것에 비춰보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도 일반토의 연설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