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포항 등 경상북도 내 산업도시들이 대기업 생산기지 이전, 전통산업 경기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다. 도의 국비예산 확보를 위한 경쟁력이 취약해 미래 신사업 발굴에 비상이 결렸다.

황병직 경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의원(영주)은 경북도의 신규 국비사업 신청 규모가 2017년 156건, 8207억원에서 올해 118건 3074억원, 내년 112건, 3339억원으로 줄어든다고 18일 밝혔다.
신규 국비사업 신청액 2년새 5000억 '급감'… 미래먹거리 확보 비상 걸린 경북도
분야별 정부예산안 확보 실적도 크게 줄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017년 3조5806억원에서 올해 1조7289억원, 내년 1조7290억원으로 감소했다. 또 연구개발(R&D) 예산도 같은 기간 3285억원에서 2572억원, 1891억원으로 급감했다. 문화 분야는 2501억원에서 1311억원, 957억원으로, 환경 분야는 4380억원에서 4655억원, 2420억원으로 축소됐다.

도의 국비예산 확보가 줄어드는 것은 대형 국비사업인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총액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 발굴 역량이 2~3년 전부터 약화된 데다 예산 확보 주요 부서의 잦은 인사로 사업 발굴에 매진하는 공무원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도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탄소산업클러스터, 백신글로벌산업화 기반 구축 등 13건의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을 통과시켰으나 지난해와 올해는 통과된 사업이 한 건도 없다.

경상북도의 대형사업 발굴 약화는 도의 인사조직 운영이 경북의 미래보다 간부들의 승진이나 퇴임 후를 위한 자리보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 경제사령관인 경제부지사는 지난 4년간 4명이, 환경국장은 6명, 에너지과장은 5명이 바뀌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재임 기간 2년이 안 돼 3~4년 앞을 내다보는 미래사업 발굴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해 말 포항에 환동해본부를 개설하기 위해 무리하게 일자리경제본부와 창조산업실 등 2개국을 통합하면서 국비사업 확보를 위한 실무조직도 축소됐다. 경북 구미가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지만 경상북도는 지난해 ICT융합과를 없애 전자 분야 신사업 발굴 기능도 약화됐다.

경북 경제계 관계자는 “경상북도가 구미시와 함께 구미의 미래먹거리 사업 발굴을 위한 인프라에 투자했다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수원으로 이전하겠느냐”며 “2G~4G 테스트베드를 갖춘 구미에 5세대 이동통신(5G) 테스트베드와 융복합전자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올해 퇴임한 경제부시장이 7년간 재임하면서 미래산업 기초를 다졌고 지난주 경제 관련국을 3개로 확대하는 등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데 비해 경상북도는 1개국에서 맡고 있다.

황병직 의원은 “미래사업 발굴은 2~3년 전부터 준비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며 “국비확보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도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