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봉호 오가던 일본 니가타항, 인기척 사라진 조총련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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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타 태생으로 ‘일본해창고(日本海倉庫)’에서 일하는 와타나베 가쓰히로(渡辺勝弘)씨를 항구 근처에서 만났다. 그는 “만경봉호가 일본에 온 것은 오래전 일”이라며 “북한과 다시 교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본에는 12년 가까이 북한 선박이 입항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도발과 이를 막기 위한 6자회담이 한창이던 2006년에 일본인 납치문제가 불거진 탓이다.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김정일과 단독 회담을 가지면서 납치 문제에 대한 ‘사과’를 받아냈지만 일본엔 오히려 반북한 여론이 들끓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는 재일교포의 북송을 기념하기 위해 니가타 서항에 버드나무를 심고 이 길을 ‘보토나무 토오리(버드나무 길)’라고 명명했다. 이 버드나무 길에서 200보 정도 걸으면 붉은 색의 4층 짜리 조총련 건물이 보인다. 북한 경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조총련 세력이 크게 약화된 탓에 방치된 채 인기척이 없었다.

니가타는 북한과 교류가 활발했던 탓에 ‘납치 피해 문제’가 가장 격렬한 곳이다. 일본 납치 피해자 12명 중 3명이 니가타 출신으로 알려졌다. 납치 피해자를 돕는 ‘구하자 모임(스쿠우 카이)’은 작년 8월 이 곳에서 납치 문제 집회를 열었다. 협회 관계자는 “올 11월에도 집회를 열 예정”이라며 “납치 문제 해결 없이 북한과의 교류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북한과 일본인의 간극은 지도상 거리보다 멀었다.
니가타=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