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산층의 가계소득이 경제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내 빈곤층 비율도 11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호황이 가계소득 증가와 함께 빈곤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일자리 넘치는 美… 중산층 살림 확 폈다
12일(현지시간) 미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를 감안한 가계소득은 중위소득(가계소득을 일렬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소득) 기준 6만1372달러로 역대 최고로 나타났다. 직전 최고점은 1999년 6만62달러였다. 지난해 가계소득 증가율은 전년 대비 1.8%였다. 2015년 증가율 5.2%나 2016년 3.2%보다는 둔화됐지만 3년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계소득 증가 원인에 대해 경기 회복과 낮은 실업률 덕에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일한 요인이 가장 크며, 임금이 상승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 내 정규직은 240만 명 증가했다. 트루디 렌윅 미 통계국 경제학자는 “파트타임 및 한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과 1년 내내 일하는 근로자로 계속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2.2% 성장했지만 올해는 3% 안팎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가계소득 증가율은 작년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미국 가계 빈곤율(가계소득이 정부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비율)도 12.3%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WSJ는 “2006년(12.3%) 이후 최저”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경제 회복 속도와 4%를 밑도는 완전고용 수준의 실업률(올해 8월 3.9%)에 비해 임금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컨설팅 회사인 파이낸셜인사이트의 피터 아트워터 사장은 “지금의 실업률 수준에서 소득이 2% 미만 오르는 건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WSJ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성적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이날 가계소득 증가에 대해 “강력한 경제 호황의 효과가 미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빈곤율 하락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인 2015년에 주로 이뤄졌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선 소득불평등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상위 10% 가구는 최소 17만9077달러를 벌었지만 하위 10%는 가계소득이 1만4219달러 이하에 그쳤다. 소득의 절반 이상은 상위 5%에 돌아갔다. 미국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