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족자치구의 최고 대학인 옌볜대는 이달 훈춘캠퍼스를 열 예정이다. 물류, 관광, 소프트웨어 등 3개 학과를 개설한다. 목적은 명확하다. 향후 국경 개방에 대비해 인재 교류를 하려는 것이다. 북한의 국립물류대학과 제휴도 맺었다.

접경지역인 중국 투먼을 찾은 한 중국인 관광객이 두만강 건너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를 바라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투먼~남양을 잇는 왕복 4차로의 투먼대교를 건설하고 있다.  /투먼=박재원 기자
접경지역인 중국 투먼을 찾은 한 중국인 관광객이 두만강 건너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를 바라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투먼~남양을 잇는 왕복 4차로의 투먼대교를 건설하고 있다. /투먼=박재원 기자
옌지, 훈춘 등지에서 만난 조선족들은 북한이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조선족을 통해 중국에 기업을 세운 한 일본계 업체 관계자는 “북한은 국제적인 해커 소굴로 알려져 있을 만큼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북한이 글로벌 IT 하청 구조의 맨 밑단에 편입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음달 중순 옌볜대에서 열리는 두만강포럼에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등 북한의 주요 대학 총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춘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다. 외국인의 발길이 잦은 단둥에서의 북·중 관계가 활발했던 무역로를 복원하려는 탐색에 가깝다면, 중국 동북쪽 변방 도시인 훈춘에서 양국의 밀착은 좀 더 내밀하다. 북·중 예술교류단체의 일원으로 옌지에서 평양을 자주 오가는 한 조선족은 “얼마 전 평양에 갔다가 한민족악기 복원을 위한 박물관을 짓기로 했다”며 “남측에서 50만달러를 구해볼 수 있겠냐는 요청도 받았다”고 했다.

훈춘에 있는 대부분 제조공장은 북한 근로자를 고용 중이다. 현지 관계자는 “훈춘엔 북한 근로자 2000여 명이 일하는 대규모 공장도 있다”고 귀띔했다. 북·중 국경을 넘어가기 위한 필수 관문인 취안허(圈河) 세관도 늘 분주하다. 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북으로 들어간다.

중국 기업들은 북한과 물밑 교류가 한창이지만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훈춘에 대규모 물류기지를 건설한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유한공사는 핑크빛 전망으로 출발했지만 4년째 맥을 못 추고 있다. 훈춘포스코 관계자는 “이곳 물동량이 줄다 보니 물류단지 3분의 2가 텅 비어 있다”고 설명했다.

옌지·훈춘=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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