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성공회대 교수·사진)이 “청와대가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5일 정책기획위 출범 1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가 없는 것은 청와대의 실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정책 틀을 만들어놓고도 정책을 종합적으로 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소득주도성장의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고 정부 신뢰도만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정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으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나섰지만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하고, 단기 성과를 내달라는 여론이 커지자 큰 그림을 보지 못한 채 딜레마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에 대해 “정부가 문제를 방치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도 자영업자 비중을 줄이고 싶어 했지만 자연 소멸되기를 바라며 방치하다 결국 문제가 터졌다고 정 위원장은 지적했다.

정부 싱크탱크인 정책기획위를 이끌면서 개혁정책을 끌어가는 방향타 역할을 해온 정 위원장의 쓴소리는 그만큼 청와대의 국정 운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정 위원장은 “내년 초가 문재인 정부에 고비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연말까지 고용 상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지표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큰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