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對美 러브콜'… "참모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 욕한 적 없어"
“나는 참모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지난 5일 대북 특별사절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 얘기다. 특사단 단장으로 이 자리에 있었던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6일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김정은이 특사단에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버리지 않았음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실장에 따르면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변함없다”며 “최근 북·미 협상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그런 때일수록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종전선언을 하면 한·미 동맹이 약해진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전혀 상관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정은은 정 실장에게 “북한이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실천해왔는데 이런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 일부의 의문 제기에 불만도 제기했다. 이어 “풍계리는 갱도의 3분의 2가 완전히 붕락해 핵실험이 영구적으로 불가능하다.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도 북한의 유일한 실험장이며, (실험장 폐쇄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의 완전 중지를 의미한다”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인색하다고 서운함을 나타냈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미국에 보낼 메시지를 전했지만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내고 “비핵화 결정에 대한 나의 판단이 옳았다고 느낄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점을 미뤄볼 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재방북을 비롯한 양자협상을 재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발언에 즉각 화답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의 발언을 소개하며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 우리는 (비핵화를) 함께 해낼 것이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그러나 “할 일이 여전히 산적하다”고 반응했다. 인도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북한이) 그동안 핵무기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전략적인 전환을 위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