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용카드업계 처지는 사면초가(四面楚歌)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카드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자금 조달금리는 오르는데 대출금리는 낮아져 영업 환경이 악화일로다. 카드를 대체할 ‘제로페이(서울페이 등)’ 같은 결제수단이 연말에 등장하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4년째 내리막인 영업실적이 업계 현실을 대변한다.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 순이익은 1조2268억원으로 전년보다 32.3% 줄었다. 올 상반기에도 30% 이상 감소세다. 수익이 나빠지니 인력 구조조정이 잇따른다. 임직원 수가 최근 3년간 11.2% 감소했다. 카드 모집인도 지난해 26.8% 줄였다. 외형만 커졌을 뿐 속은 곪아가는 셈이다.

카드사 실적 악화는 카드수수료가 2007년 이래 9차례 인하되고, 우대수수료율(0.8%) 적용대상은 해마다 확대된 게 주요인이다. 내년부터 온라인판매업체 등의 수수료를 내리면 1000억원 이상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일각에선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를 거론한다. 정부는 대출 최고금리도 인하(연 24%→20%)할 태세다.

카드업계 위기는 국내 기업들이 처한 ‘복합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업황 변동이나 경쟁은 부차적이고, 정부 정책과 정치적 압력이 최대 리스크로 작용하는 것이다. 방산업계가 적폐청산 여파로 급격히 위축되고, 원자력업계가 탈(脫)원전으로 생태계 붕괴 위기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쏟기보다 정부·국회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앞날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것만큼 기업에 치명적인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