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미친 집값'과 우려스런 규제폭탄
부동산시장이 또다시 난리법석이다. 서울 집값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2000년대 초반 노무현 정부 때의 ‘판박이’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집값은 규제를 해서라도 잡는 게 정의’라는 정부, 집값 등락마저 ‘정치적 공격 대상’으로 일삼는 야당, 공급 확대만이 집값 안정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업계가 ‘아우성 풍경’의 주인공들이다. 여기에 진보정권은 ‘집값 못 잡는다’고 비판하고, 보수정권은 ‘부동산시장 활성화 못한다’고 몰아붙이는 모습도 지겹게 반복되고 있다.

공급 확대하면 집값 안정?

서울 집값 상승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대응 방식은 노무현 정부 때와 너무 비슷하다. 주택시장이 과거와 크게 달라져 있는데도 말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집값 상승이 ‘전국구’로 지속됐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수도권 일부에 그치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6.85%(KB부동산 통계) 올랐다. 작년 연간 상승률 5.28%를 넘어섰다. 연간 최고 상승률도 24.1%에 달한 2006년에 비하면 ‘미친 집값’ 수준은 아니다. 2015년부터 오름세가 시작된 이후 4년간 누적 상승률도 25.11% 수준이다.

집값 오름폭이 2000년대 초반 시절만은 못해도 무주택자들의 고통은 마찬가지다. 내 집 마련이 점점 멀어지기 때문이다. 2분기 가계소득 대비 서울 아파트값 비율(아파트 PIR)은 9.9까지 상승했다. 한 푼도 쓰지 않고 9.9년간 돈을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한 가구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2008년 통계 조사 이후 최고치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수세는 꾸준히 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도시재생 등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개발 호재가 많은 데다 저금리 지속 등 집값을 자극할 이슈가 많아서다.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통합 개발사업 등도 한몫한다.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 경기 침체, 공급 과잉 등 여파로 하향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분양 물량도 증가세다.

서울 집값 상승에 정부는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투기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고가·다주택자 보유세 인상 등 ‘맞춤형 규제’로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 급등세를 막지 못한다는 비판 여론 분위기에 밀려 쫓기듯이 규제 강도를 높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차분하게 시장논리로 접근해야

여기에 신규 공급을 늘리면 집값이 안정된다는 ‘무책임한 공급 확대 논리’ 득세도 걱정이다. 이 역시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판박이 주장’이다. 합리적 정책 수행에 혼선을 줄 수 있어서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의 공급 확대는 오히려 집값 상승을 동반한다. 단기간 개발 호재로 작용하는 데다, 장기적으로도 주거환경 개선과 도시경쟁력 향상 등의 효과로 집값 오름세를 수반한다. 세계 각국 대도시 대부분의 집값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이유다.

우리 정부도 도시정비사업 등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면 일정 부분 집값 상승을 자연스럽게 인정해야 한다. 집값도 잡고, 신규 주택도 늘려 가는 묘책은 세상에 없다.

서울·수도권 집값 동향에 대한 대응을 시장 논리에 따라 차분하게 대처했으면 한다. 정치권과 일부 여론에 휘말려 ‘고강도 종합규제 폭탄’을 투하하고, 무차별 공격에 나설 경우 결과는 뻔하다. 잠깐의 시장 안정과 함께 ‘시장 침체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다음 정부는 ‘시장 활성화 아우성’에 밀려 규제 완화에 나설 것이다. ‘무책임·무개념 부동산 대책’의 반복이 이젠 마무리됐으면 한다.

yspark@hankyung.com